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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몬드리안은 꽃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구상 미술에서 추상 미술로 전환하는 시기에 꽃의 형태를 연구하기도 했고요. 나중에 그는 "꽃의 조형적 구조를 더 잘 표현하려고" 한 번에 꽃 한 송이만 그리는 방법을 선호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사진 속 탁자 위에 놓인 꽃은 나무로 만들어진 꽃이랍니다. 케르테스에 따르면,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업실과 "어우러지게" 하려고 그 나무 꽃에 물감을 한 번 칠해두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사진 속의 꽃은 빛과 어둠의 구도 속에서 단연 눈에 띕니다. p.3
꽃이 피어오르고 여기저기 꽃내음이 가득해지는 계절, 봄이다. 짙어지는 푸른 잎사귀,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 들이마시면 아찔해지는 꽃향기까지... 지금 이 계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을 만났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꽃처럼, 아름다운 책이다. 앙리 마티스, 에두아르 마네, 데이비드 호크니 등 예술가 48인이 그린 108가지 '꽃' 그림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고화질 도판과 원예 전문 작가의 해설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과감한 색채와 테크닉으로 유명한 마티스가 그린 꽃 그림은 의외로 지중해 바다가 보이는 창문 옆에 세워진 꽃병 속의 장미를 평온하고, 행복하게 그려냈다. 유화물감과 수채물감을 일본의 전통 재료와 혼합해 사용하는 후지타의 양귀비 그림은 꽃이 담긴 노란 물병의 컬러만큼이나 강렬하다. 건축과 인테리어 반면에서 유명한 매킨토시가 그린 아네모네는 너무도 생생해 꽃잎의 질감이 만져질 것 같다. 꽃의 색채와 형태를 매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배경을 최소화시켰던 프랑스 화가 판탱라투르의 그림은 꽃이 주인공이 되어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빛의 방향을 연극적으로 설정해 극적인 효과를 드러내는 니컬슨의 정물화는 독특한 무늬가 있는 시클라멘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년 동안 다작을 하다가 5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에두아르 마네의 생애 말미를 장식한 작품은 꽃 그림이었습니다. 마지막 대작인,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을 완성하고 나서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다고 자부하던 마네는, 점점 제약이 많아지는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혁명적인 화가였던 마네는 미술계에 반발하면서도 비평가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열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꽃 그림을 그릴 때는 그 순간 눈앞에 놓인 식물에 주의를 집중했습니다. 인상주의풍의 가벼운 붓질은 그 그림들이 빠른 속도로 그려졌음을 보여주죠. p.125
이 책을 통해 장미, 양귀비, 난초, 백합, 국화, 백일홍, 수선화, 제라늄 등 페이지마다 다양한 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화가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표현한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꽃 그림은 언뜻 보면 꽃의 생명력만큼이나 덧없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꽃 정물화는 사물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꽃병 속에서 천천히 시들어가는 꽃이든, 흙에서 자라나는 꽃이든, 그 찰나의 순간 포착해낸 꽃의 생명력은 그림 속에서 영원하다. 꽃을 자주 사는 편인데, 아무리 화려하고 값비싼 꽃다발이라도 그 예쁜 모습을 오래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이제는 안다. 영원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다는 것을 말이다.

세드릭 모리스의 <관목>이라는 그림은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서 정말 화려하다. 썩어가는 빨간 열매를 밀어내면서 풍선껌 같은 분홍색 꽃이 피어난다고, 봄철 꽃사과나무 가지에는 모든 계절이 다 담겨 있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17~18세기에는 꽃이 엄청난 인기였다고 한다. 특히 네덜란드 사람들이 식물 수집의 선두에 서 있었고, 새로운 꽃 품종이 비싸게 거래되는 만큼 그 꽃을 그린 그림의 가격도 높아졌다고 한다. 덕분에 화가 라헬 라위스는 어마어마한 재산과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유럽 각국의 왕들에게서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라위스의 <꽃 정물>이라는 작품은 정말 꽃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메마른 일상을 바꿔보고 싶다면, 꽃을 한번 사보는 건 어떨까. 한 송이든, 한 다발이든 그 꽃으로 인해 하루의 색채가 완전히 달라질테니 말이다. 꽃은 예쁘지만 금방 시들어버리는 게 아쉽다면, 대신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 속에 수록된 꽃들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니깐. 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달콤한 꽃내음이 나는 것 같은 이 책을 통해 꽃이 주는 위로와 기쁨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