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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멸종할까 봐 - DNA로 파헤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 ㅣ 최고의 선생님
김영호 지음, 이수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어느 날, 꽃과 벌집 사이를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가던 꿀벌들이 사라졌어. 한 마리도 아니고 수백억 마리가 싹 사라졌지. 길을 잃는 법이 없던 꿀벌들이 어디로 갔을까? 왜 집을 다시 찾아오지 못했을까? 꿀벌들이 길을 잃은 이유에 관해서도 수많은 추측들이 나왔어...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호기심 가득한 어떤 추측도 가능해. 그러나 과학과 근거 없는 소문은 달라. 소문은 상상일 뿐이지만, 과학은 현실이어야 하거든. p.29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수억 마리가 넘는 꿀벌들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었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지구상의 한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꽃이 꿀벌 같은 곤충을 통해 수분하며 씨앗을 만들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때문에,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농작물 수확량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꿀벌은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바로 그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해 곤충 DNA 전문가인 김영호 교수가 어린이 책을 펴냈다. 꿀벌이 사라지게 된 원인을 추적하고, 맞닥뜨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곤충의 DNA를 다루는 책은 흔치 않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DNA를 통해 곤충들이 왜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다니 말이다. 모든 생명체는 DNA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DNA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동물도, 곤충도, 꿀벌도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 양봉장에 남아 있는 꿀벌들에게서 DNA를 뽑아내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DNA를 발견하게 된다. DNA가 꿀벌의 상태를 알려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꿀벌의 DNA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꿀벌 실종 사건은 종결된 사건이 아니야. 작년에도 일어났고, 올해도 일어났으며, 내년, 내후년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문제야. 그래서 앞으로도 꿀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할 일이 많아.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한 네가 미래에 꿀벌 과학자, 곤충 DNA 연구자가 되어서 앞으로 박사님과 함께, 또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꿀벌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 주길 바라. p.157
전라남도 땅끝에서 40여 년 동안 꿀벌을 키워 온 만식 할아버지가 봄을 맞이해 겨울 동안 벌통에서 지낸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양봉장에 갔다가 꿀벌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500여 통의 벌통 중에 무려 350통 정도에서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박사님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진 건 그곳만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범인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 소설처럼 시작된 이 귀여운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 수록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과학적인 시선으로 용의자를 추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용의자를 시작으로 네 번째 용의자까지 밝혀내며, 현재의 상황과 위험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기후 변화가 원인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위험 요소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꿀벌 캐릭터 그림과 동화처럼 잘 읽히는 스토리,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책이지만,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사려깊게 쓰인 책이다. 다양한 비주얼 자료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레이아웃과 디자인 또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DNA의 염기 서열, 살충제의 성분 등을 설명할 때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적절한 비유를 통해 친절하게 알려 준다.
꿀벌 실종 사건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과학 이슈이고, 실제로 대학과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과 우리 주변의 생물들과 환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