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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윌 파인드 유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머리 위로 맨해튼의 맑은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빨간색 조명으로 빛나고 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도 숨 막히게 아름답다. 전부 다 그렇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에 절대 고마워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고마워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길들여졌을 뿐이다. 우리는 익숙해진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인간의 본성이다. 이 멋진 야경을 좀 더 즐기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감옥에 갇힌 신세로 살아도 상관없었다. 매슈가 죽었고, 그건 내 탓이었기 때문에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아도 만족했다. p.230~231
데이비드 버로스는 자신의 세 살짜리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5년째 복역 중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으며, 무죄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로서 자신의 아들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므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시궁창 같은 감옥에서 해방된다 해도 자신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자신의 아들이 여전히 죽고 없는 세상에서 구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5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 면회를 신청하고,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혼한 아내의 동생 레이철이 사진 한 장을 보여줬고, 그 속에 한 소년이 있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들 매슈가, 여덟 살 소년의 모습으로.
매슈는 선천성 혈관종으로 오른쪽 얼굴에 모반이 있었다. 사진 속 소년 역시 더 작고 색이 옅기는 하지만 같은 위치에 모반이 있었다. 기자인 레이철은 보스턴 경찰국의 전문가에게 미래 얼굴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로 매슈의 5년 후 모습을 보여달라고 의뢰했고, 그것이 사진 속 아이와 거의 일치했던 것이다. 물론 머리로는 매슈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건 이전에 데이비드와 레이철은 각별히 사이가 좋은 형부와 처제 사이였었다. 데이비드는 아들이 살아 있다고 확신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말한다. 레이철과 그가 이 사진 속 아이에 대해 더 알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의 대부이기도 한 교도소장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그리고 목숨을 건 탈출을 계획하는데, 과연 그는 아들을 되찾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누가 그를 함정에 빠뜨린 걸까. 그의 아들은 정말 살아 있는 것일까?
가족은 중요하다. 그러니까 내 가족 말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옛날이든 지금이든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걸 부인하는 사람은 미쳤거나 거짓말쟁이다. 말로는 막연한 대의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건 대의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그렇고 사실은 남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게 편리할 때를 제외하고. 안 믿긴다고? 그렇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라. 당신의 자식 혹은 손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몇 명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가? 한 명? 다섯 명? 열 명? 백만 명? 이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한다면 그날 밤 거트루드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p.386
이 이야기는 데이비드의 1인칭 시점과 그외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번갈아 교차 진행시키며 빠르게 진행된다. 재미있는 건 이 롤로코스터를 출발시켰던 첫 문장이다. “나는 내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5년째 종신형을 복역 중이다. 스포일러 경고: 내가 죽이지 않았다.”라는 데이비드의 고백으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모든 증거와 정황이 그에게 불리한 상황이었고, 결정적인 증언을 한 증인까지 있었기 때문에, 데이비드를 믿었던 가까운 이들조차 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고 있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던 거라고, 의도하지 않았던 범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 날 죽었다고 믿었던 그의 아들이 살아서 어딘가에 있다고 의심될 만한 사진이 있었고,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사투가 시작된다.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할런 코벤의 신작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은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같다. 수많은 등장 인물은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있고, 결국에는 퍼즐처럼 연결이 된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플롯은 막판에 가서야 단순하게 정리가 되며, 끝을 향해 달릴 때까지 지루할 틈이란 단 한 순간도 없다. 비밀과 배신, 반전과 폭로, 위선과 거짓말, 그리고 스펙터클한 액션까지 골고루 잘 담겨 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다. FBI 콤비와 경찰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가운데, 데이비드는 자신의 과거로 향한다. 오직 '내 아들을 구한다.'는 목적을 위해,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쓴다. 자본의 논리에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 상류층이 범죄에 개입되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란 사실 없다. 그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과 가족을 지켜낼 지 지켜보는 일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은 바로 그런 현실성때문일 것이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모든 캐릭터와 사건이 한 방향으로 향해 달려가는, 잘 만든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할런 코벤의 작품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