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컴포지션 에디션) -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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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가 컴포지션 에디션으로 나왔다. 필사 노트의 대명사인 컴포지션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선보이는 이번 에디션은 필사의 아날로그 감성과 디테일을 더해 더욱 소장 가치 있는 책이 되었다. 사실 필사를 다루고 있는 책은 이미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는데, 대체 왜 이 책이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필사 열풍을 몰고 온 것일까 궁금했었다. 직접 만나보니 책 자체도 예쁘고, 필사하기에 좋게 쫙쫙 잘 펴지는 양장본이라 아주 실용적이었다. 문진 없이도 필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서의 책등을 양장 커버와 분리하여 제본했다고 한다. 이러한 실용성 말고도 정말 이 책이 뛰어난 점은 그 구성에 있었다. 




단순히 좋은 문구들만 모아서 베껴 쓰는 개념이 아니라, 필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다. 먼저 어휘와 친해지는 단계에선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는 글들과 언어적 직관을 터득하는 방법, 그리고 승자독식의 어휘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어휘들이 담긴 글들을 만나 본다. 그리고 어휘력을 기르는 비결로 관심, 관찰, 묘사의 단계별로 글들을 소개해준 뒤, 어휘가 주는 힘을 보여주는 글들이 이어진다. 공감력, 이해력, 통찰력, 자기조절력, 표현력으로 구분해 저자가 엄선하여 고른 작품들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필사해보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문장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선물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박경리 <토지>, 프랑수아즈 사강 <패배의 신호>,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한강 <희랍어 시간>, <전혜린 <긴 방황>,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이청준 <이어도>,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닝 만켈 <이탈리아 구두>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의 어머니> 등 저자가 고심해서 고른 문장들을 꾹꾹 손으로, 마음으로, 눈으로 담다 보니 너무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유선경 작가는 3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며, 1993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글을 썼고, 일주일에 5권 이상 책을 읽는 다독가이기도 하다. 또한 중학생 때 처음 필사하기를 시작했고, 열아홉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노트에 옮겨 써서 그 분량만 10포인트로 1,500매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와 데이터를 저자는 아낌없이 이번 책에 담았다. 저자의 어휘력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었었는데, '인간뿐 아니라 낱말 하나도 소우주'라는 저자의 말이 매우 인상깊게 남았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따로 어휘를 외운다든가, 어휘력을 키우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어휘력은 감정과 말, 행동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만큼,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는다고 한다. 그러니 부단히 관심을 갖고 뭔가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어휘력이 늘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아는 사람인데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고, 아는 글자로 이루어진 텍스트인데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그래서 어른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한 것이다. 필사를 통해서 어휘력을 늘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표현력도 기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따금 빤히 아는 낱말인데 소리 내어 말하거나 손으로 쓸 때 새삼 낯설게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는데 막상 말이나 글로 사용하려니 어색하다면 듣고 보기는 했어도 입이나 손과 같이 몸을 써 사용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 책과 함께 문장을 눈으로 읽고, 그 문장으로 입으로 소리 내 다시 읽어 보자. 종이에 옮겨 쓸 때는, 쓰고 있는 글자를 동시에 나지막이 소리 내면서 필사하면 더 좋다. 어감을 익히는 데 말소리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또한 이 책은 새롭게 읽고 필사한 문장에서 발견한 어휘를 재료로 자기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지면도 마련되어 있고, 각주에 달린 유의어 등을 본문에 대입해 읽을 수도 있도록 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다. 필사하기 딱 좋은 계절, 읽고 쓰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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