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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 : GA 가을 위의 산책 -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유준상 지음, 이엄지 그림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똑똑똑!
그것은 '문'이라기보다 허공처럼 보여서 하늘과 아주 비슷하게 느껴졌다.
똑똑똑!
하나를 열면 하늘이 보이고 또 하나를 열면 세상이 보이고
똑똑똑!
하나를 열면 우주가 보이고 또 하나를 열면 마음이 보였다. p.52
40대의 무명 배우인 쥬네스는 동네 테니스장에서 혼자 테니스를 치다가 낯선 할아버지를 만난다. 테니스를 함께 쳐달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함께 테니스를 치다가, 박람회장에 가볼 생각이 있느냐는 말을 듣는다. 할아버지를 따라 골목 모퉁이에 있는 낡은 벽돌집에 가게 된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둥둥 떠오를 것 같은 풍선과 솜사탕이 달려 있는 차가 그려진 벽돌집에는 '박람회장'이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쥬네스는 용기를 내어 내어 본다. 그리고 '박람회장'에서 색다른 모험이 시작된다.
비를 담당하는 비술 아저씨를 시작으로 갖가지 모양의 형형색색 구름을 만들어 내는 구름 맨과 무표정인 듯 보이지만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의 눈사람 스노우 브라더를 만난다.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 여정은 이상한 현지와 단서를 통해 점점 더 흥미진진한 모험이 되어 간다. 다차원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모험은 쥬네스를 어디로 데려갈까.
별들을 조정하고 양떼구름을 일렬로 배치하는 별 양치기,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계속 주시하는 일을 하며 박람회장의 천체를 관장하는 닥터 스카이, 산의 모든 것을 키워내는 산 할아버지, 수많은 나무 동산을 지키는 나무그루, 예쁜 새싹을 만드는 초록 풀 초니, 누군가를 등에 태워 나르며 소식을 전하는 바람 아주머니, 세상을 뿌옇게 만드는 마술사 런던 포그 등등 우리가 박람회장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갈매기 친구들도 못 찾는 조나단을 제가 어떻게 찾죠?"
"바로 네 옆에 있을 거야."
"옆에 있다고요?"
"네가 가고 싶은 곳은 항상 네 옆에 있단다. 네가 원하는 건 항상 네 옆에 있어. 하지만 간절히 바라고 소망해야 얻을 수 있단다."
"아... 그러네요. 이곳에서는 제가 가고 싶은 대로 왔네요."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p.127
박람회장은 태초의 자연 속에 있었다. 골목 안의 낡은 벽돌집 앞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눈앞에 밀림 같은 숲이 펼쳐진 것이다. 매우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낯선 곳,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은 두려움을 먼저 불러 일으킨다. 쥬네스는 그곳에서 자신을 지켜낼 방법으로 모든 것을 빨리빨리 눈에 담고 기억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금 어디로 가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든 것들을 다 잊은 채 그저 풍경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떠다니며 흘러가는 대로 스스로를 맡기게 된다.
이 작품은 배우이자 영화감독,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시리즈로 1권과 2권이 함께 나왔다. 캐나다와 쿠바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은 자연물과 풍경, 사람과의 관계를 모색하며 30대 중반부터 구상해서 차근차근 써온 창작물이라고 하는데, 상상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이미지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중간 중간 박람회장에서 쥬네스가 찾아야 하는 힌트를 직접 그려보는 공간이 있어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점도 신선했다. 2권에서는 사막과 바다, 우주로 떠나는 여정이 그려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어른들을 위한 색다른 판타지 동화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