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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호수로 둘러싸인 호반시가 온통 눈보라로 뒤덮인 어느 날, 물러나던 추위가 갑작스럽게 변덕을 부리자 보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파트 단지 너머 공원을 바라본다. 어제 공원에서 계속 쫓아오던 강아지가 생각나서 괜찮은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미는 다움이를 불러내 공원에 산책을 가기로 한다. 보미와 다움이는 굵어진 눈발에 온통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공원에서 눈이 소복이 덮인 동그란 덩어리를 발견한다.
그것의 정체는 얼어 죽은 개처럼 보였다. 몸이 이미 차갑고 딱딱했다. 하지만 보미는 동물 변원에 한번 데려가보자고, 배가 아직 따뜻하다는 데 희망을 건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이미 늦었다는 말만 할뿐, 할 수 없이 보미는 축 늘어진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 따뜻하게 해준다. 그리고 기적처럼 강아지가 약한 숨을 토해 내더니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강아지라기엔 어딘가 생김새가 이상했다.
"이 녀석은 강아지냐 코끼리냐?"
할아버지가 달코를 안아 들고 물었다.
"달코끼리...... 이름은 달코야."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고,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라 얼핏 보면 강아지 같아 보이지만, 길쭉한 코 모양과 둥글납작 커다란 귀는 꼭 작은 코끼리 인형처럼 보이는 존재. 강아지 같은 코끼리의 이름은 '달코'다. 동그란 달처럼 빛나는 모습때문에 달을 닮은 코끼리, 달코라고 이름을 붙였다. 꽁꽁 얼어붙은 채로 발견한 존재가 기적처럼 살아났으니 보미와 다움이는 달코를 잘 보살피며 키워 보려고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60에서 70년을 살고, 몸무게는 1,000킬로그램이 넘게 자라는데다 하루에 200에서 300킬로그램 정도 먹고, 또 먹은 만큼 엄청난 양의 똥을 싼다고 하는데... 과연 아파트에서 무사히 키울 수 있을까.
보미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사실 달코가 있던 장소에서는 메말랐던 생명이 따뜻한 빛을 품고 되살아났다. 누렇게 메말라 죽어 가던 작은 화분 속 식물이 연한 녹색의 잎들을 피워내기 시작했고, 시들시들 죽어 가던 할아버지의 비닐하우스 속 양배추들도 파릇파릇한 잎을 단단히 모으고 살아난다.
한편, 다움이의 엄마인 강해라 시장은 도시를 대표할 만한 새프로젝트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달코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코끼리는 코끼리인데 강아지처럼 흰 털로 덮인 작고 귀여운 코끼리라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완벽한 캐릭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강해라 시장은 달코를 동물원에 데려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고, 부시장은 다음 선거를 위해 달코를 이용하려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보미와 다움이는 잡혀간 달코를 무사히 구출시킬 수 있을까.
‘달코 프로젝트’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강해라 시장, 달코를 앞세워 차기 시장 당선을 노리는 부시장, 온라인 세상에서 보이는 것만 믿고 이러 저리 휩쓸리는 시민들까지. 탐욕스러운 어른들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두 아이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동물병원 의사와 트럭을 운전하는 보미의 엄마 등 선한 어른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 기후, 인간성 등 많은 것이 파괴된 사회에서 우리가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 곁에서 어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의 탐욕에 맞서는 두 아이의 모험이 사랑스럽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생태, 자본주의, 인간성을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랫동안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 덕분에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잠시 자연과 맞서 달리는 속도를 조금만 늦춰보면 어떨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낼 수 있도록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건 어떨까. 달코가 지나간 자리에는 메말랐던 생명이 따뜻한 빛을 품고 되살아난다. 생명을 살리는 신비한 코끼리 달코와 함께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지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