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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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킬턴에서도 이따금 좋은 일이라는 게 생긴다고 핍은 스스로 되뇌었다. 핍은 라비를 쳐다보며 테이블 아래에서 라비의 손을 잡았다. 제이미의 반짝이는 눈빛과 나탈리의 강인한 미소. 펌킨 스파이스 따위로 투닥대는 코너와 카라. 핍이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거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이것, 이 평범한 일상 말이다. 손가락으로 곱을 수 있을 만큼 많지 않지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또 날 아끼는 사람들. 내가 사라지면 날 찾아 나설 사람들. 이 감정을 병에 꼭꼭 담아 잠깐이라도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p.71


여고생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3부작 '여고생 핍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이다.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굿 걸, 배드 블러드>에 이어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로 3부작이 마무리되었다. 이 작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를 아우르는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이라 평가받으며 영미권 최대 서평 사이트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영어덜트 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BBC TV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었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에서 핍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한 수행평가 과제로 5년 전에 벌어진 앤디 벨 실종사건에 대해 탐구활동을 했다.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샐의 남동생을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앤디 벨 실종을 둘러싼 정황 조사부터 시작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계자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하며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냈다. 두 번째 작품인 <굿 걸, 배드 블러드>에서 핍은 지난해 해결한 살인 사건에 대한 ‘트루 크라임 팟캐스트’를 만들었고, 유명 인사가 된다. 그럼에도 핍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큰 위험에 빠지기도 하며 고생했기에, 시즌 2는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실종되고 경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결국 핍이 다시 나서게 되고 치명적인 비밀들과 마주하게 되었었다. 여고생 핍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세 번째 이야기는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 더욱 기대하며 만나보게 되었다.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고, 금세 공포가 자리를 잡았다. 배 속에서 서서히 자리 잡은 공포는 벌레처럼, 혹은 죽은 자의 손가락만큼이나 빠르게 등골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핍은 증거 봉투 안의 헤드폰을 쳐다보았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지난주에 봤는데, 아닌가? 재키의 인터뷰 파일을 들을 때만 해도 썼는데 말이다. 아니, 아니다. 그때도 헤드폰이 없었다. 핍은 조쉬가 빌려갔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헤드폰을 쓴 게...... 그날이다.           p.560


전편에서 직접 목격한 충격적인 사건 이후 핍은 계속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손에 흥건한 피가 보인다거나,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식으로 불안과 공황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중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학교 과제를 하며 진실을 찾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던 소녀는 이제 없다. 진실은 이미 수차례 핍을 저버렸고,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지금의 핍은 작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누군가 핍을 노리고 있었다. 핍의 웹사이트를 통해 보내온 이메일과 트위터로 '네가 사라지면 누가 널 찾지?'라는 내용이 여러 번 발송되었고, 핍의 집 앞 바닥에 분필로 그린 머리 없는 사람 표시와 역시나 머리 없는 죽은 비둘기가 발견된다. 급기야 핍이 자주 뛰는 코스의 인도에 '데드 걸 워킹'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핍을 겨냥한 메시지를 보내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건 대체 누구일까. 핍은 경찰을 찾아가지만, 경찰은 그저 유명세에 뒤따르는 악플러들 일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핍은 이 사건이 바로 자신이 기다렸던 사건이라고, 스스로 해결하기로 한다.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건을 해결한다면, 핍 자신도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시리즈의 1편을 처음 만났을 때, 살인 사건 수사를 여고생이 한다는 점, 무엇보다 그것을 수행평가 과제로 선정해 조사를 한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서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핍의 활동 일지와 인터뷰 녹취록, 점점 늘어나는 용의자 파일들과 스토커 일지, 증거 사진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데이터로 모아지는 과정 또한 수사에 함께 참여한다는 기분이 들어 더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사건 당시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지도, 관계도로 정리한 용의자, 잠재적 적의 목록, 뉴스 보도 내용, 몽타주 등의 자료들 또한 사건을 추적하는 데 현실감과 긴장감을 부여해준다. 여고생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사건 조사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굉장히 진지하게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이니 만큼 1편에서 시작된 여러 사건과 인물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사건 해결을 위한 핍의 아이디어도 충격적이고, 거듭되는 반전 또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넷플릭스에 방영중인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틱톡에서 인기많은 영어덜트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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