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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참극의 막이 올라갑니다.
잘 알고 계시듯 이번에는 연쇄살인. 거기에 더해 모방살인이라는 특별함까지 곁들여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일련의 사건을 무대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포함해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구석구석까지 만끽하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다양한 장치들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참극의 축제는 마지막까지 쉼 없이 내달릴 것입니다. 부디 이 께름칙한 엔터테인먼트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p.63
사토는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후 딱히 취업도 내키지 않아서 프리터로 지내고 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도쿠나가가 유일한 친구였는데, 어느 날 짭짤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일을 그만둔다. 갑자기 사라진 도쿠나가의 소식이 궁금했던 사토는 구인 사이트를 뒤져보다 사토가 말했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조건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하는 일은 도착한 곳에서 그저 며칠 지내기만 하면 100만 엔을 준다고 했다. 혹시 도쿠나가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벼운 마음에 지원한 사토는 카리브해에 있는 외딴 섬에 가게 된다. '기암관'이라 불리는 서양식 건물에서 3일 동안 지내야 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섬에 초대받은 여행자, 라는 설정으로 되도록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지 말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끝까지 맡은 역할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고수익 아르바이트였다. 수상하긴 했지만 딱히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이는 아르바이트였기에, 사토는 함께 섬에 도착한 사람들과 기암관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사실 이 곳은 전 세계의 부유층들에게 리얼한 추리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준비한 무대였다. 클라이언트는 탐정 역을 맡아 살인사건의 추리를 즐기고, 회사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맞춰 공들여 게임을 기획하고 무대 제작부터 캐스팅,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준비한다. 문제는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진짜라는 점이다. '탐정' 역을 맡은 클라이언트는 리얼한 살인극을 수사한다는 강렬한 자극과 비일상적 경험을 위해 수억 엔에 달하는 참가비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모른 채 이 '탐정 유희'에 참여하게 된 사토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무대는 드디어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쇄살인을 꾸민 자와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자, 양쪽의 시점을 보여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 즉 도서 미스터리이지요.
과연 어떻게 진실이 밝혀질지, 여러분은 추리를 마치셨나요?
예상 밖의 결말에 놀라셨다면 아무쪼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이제 최후의 막이 올라갑니다. p.226
이야기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기암관에 묵게 된 사토의 시점과 그곳에서 실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게임을 운영해야 하는 측인 기암관의 집사 고엔마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이 게임에 거금을 내는 부유층들은 단순히 시체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 때문에 살해 방법, 트릭, 수수께끼, 추리의 힌트, 무대 설정, 등장인물 등이 모두 그럴듯하게 진행되는 스토리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자신이 살해 당할지 모르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있었고,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스토리를 운영해야 했다. 클라이언트에게 고액을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계획대로 추리 게임이 진행되어 하는데, 상황은 자꾸만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고 급기야 게임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게임을 무사히 완성시키기 위한 고엔마의 고군분투와 중간에 이 아르바이트의 실체를 알게 된 사토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안감힘이 대립되면서 이야기는 숨가쁘게 진행된다. '란포는 숨기고, 세이시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는 의문의 쪽지와 함께 벌어지는 연쇄 살인은 밀실, 모방 살인, 클로즈드 서클 등 각종 미스터리의 트릭과 수수께끼들을 현실로 구현시킨다. 실제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살인이 벌어지지만, 그러한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그리고 있어 그다지 심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점차 가볍고, 코믹해 보이기까지 했던 상황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게임의 비밀을 말하는 순간 바로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토는 '탐정' 역을 맡은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쓴다. 그에게 힌트를 줘서 수수께끼를 풀고 사건이 해결되는 피날레를 빨리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좀처럼 '탐정'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고, 고엔마는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인 사토의 말과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자, 과연 마지막에 웃게 되는 자는 누구일까? 이 게임은 무사히 완성될 수 있을까. 기발한 설정과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이었다. 다카노 유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