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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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미가 깔깔 웃으면서 대답하자 호카가 신통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저씨한테는 죄송하지만 중년이 유튜브를 시작해서 인기를 얻는 건 어렵지 않을까?"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었다.

아빠 같은 사람이 우리 아빠라는 게 늘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그 창피함이 폭발할 만큼 부풀어 올랐다.          p.63


아름다운 에메랄드그린색의 바다로 유명한 미야코섬, 열두 살 소녀 우미카는 이곳에서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아빠 유고와 살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은 게스트 하우스를 우미카의 아빠가 이어받아 운영 중인데, 장기 숙박객인 겐키와 잇큐가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우미카는 언젠가 도쿄의 미술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다. 유고는 돈을 벌기 위해 개미핥기 하우스를 만들면 어떠겠냐는 식의 아이디어를 내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유튜버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유고는, 갑작스레 유튜버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각종 엉뚱한 일을 벌이게 된다. 


화려한 파란색 슈트를 입고 첫 번째 영상을 올렸지만, 고대했던 조회수는 고작 5였다. 10만 조회수는 거뜬하다고 실컷 큰소리쳐 놓고 결과는 5회였던 것이다. 마치 암컷에게 차인 침팬지 같은 얼굴로 아연실색해서 화면을 보고 있는 유고를 앞에 두고 모두 웃음을 참는다. 하지만 그 영상은 편집도 전혀 하지 않은 데다, 자막이나 효과음도 없었고, 섬네일도 없는데다 대체 무슨 동영상인지 알 수 없는 컨셉이었다. 금세 포기할 것 같았던 유고가 유튜버가 된 지 세 달이 지났고, 편집 기술도 꽤 향상되었다. 우미카가 학교에서 쓴 시를 촬영 중에 읽다가 들켜 아빠가 딸에게 뺨을 맞는 영상이 업로드 되고 나서 그게 반응이 좋아져 점점 우스꽝스러운 컨셉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끌게 되자 유고는 점점 위험천만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그는 대체 왜 유튜버로 유명해지려고 하는 걸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돈을 펑펑 쓰고, 아슬아슬한 컨셉으로 촬영을 하는 등 우미카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난 더 유명해질 수 있어."라며 멈추지 않는다. 극중 인물들뿐만 아니라 독자들 역시 유고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려워보이는데, 대체 그는 왜 그러는 걸까.





그런데 마사키가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 그리고 유고한테 한 가지 사과할 일이 있어."

그 가라앉은 모습을 보고 유고는 흠칫했다. 아무래도 큰일인 모양이다.

"마사키 씨, 죄송한데...... 그건 제가 사서 냉동고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을 몰래 드신 수준인가요?"

"그런 수준이 아니야. 상당히 중요한 일이야......"          p.259


이야기는 유튜버로 성공하겠다는 유고의 현재(LIVE)와 12년 전, 도쿄에서 무명 코미디언으로 지내던 유고의 과거(REC)가 교차 진행된다. 또한 게스트 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과 섬 주민들의 일상 풍경이 어우러지며 잔잔하고, 유쾌한 웃음을 보여준다. 크고 작은 파도, 에메랄드그린색의 바다에서 흰 모래사장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화, 수평선에서 뒤섞이는 파란 하늘의 농담... 우미카가 매일 그리는 바다의 풍경처럼 이곳 미야코섬은 아름다운 곳이다. 실제로 일본에 존재하는 섬이라고 하는데, 누구나 고향으로 삼고 싶어질 만한 곳이라고 하니 궁금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미야코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섬의 풍경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극중 유튜브 홍보를 위해 전단을 뿌리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했느냐는 질문에 겐키가 호카에게 그 이유를 말했던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의미가 없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 실패하더라도 실패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입으로는 간단히 할 수 있는 말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실패해도 되니 도전하는 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겐키는 말한다. 실패해도 되는 게 어린이들의 최대 특권이라고 말이다. 해도 소용없다는 말은 안 해본 사람이 하는 말이니 사실 무모해 보이는 것일수록 일단 저질러보자는 유고의 행동에 어떤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을 온전히 납득하기란 어려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과거와 교차 진행되면서 점차 그의 행동에 대한 진짜 동기가 서서히 드러난다. 후반부에 이르러 유고가 그토록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밝혀지면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며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하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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