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배자 - 사피엔스를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예지의 과학
토머스 서든도프 외 지음, 조은영 옮김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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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사실상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어도 미래를 상상한다.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꿈꿀 때마다, 다가올 저녁 데이트 생각에 설렐 때마다, 시험 결과를 곱씹을 때마다 끊임없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이동한다. 인간은 정신의 시간여행자이기에 외치가 그랬듯 미래를 자신이 계획한 대로 설계하며 기회와 위험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예지력은 어쩌면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p.14


동물들도 사람처럼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한다. 포옹을 하거나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경우는 없다. 인간은 '각자의 길이 내일 다시 교차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격차는 바로 예지력, 즉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정신은 사실상 일종의 타임머신으로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멘탈 타임머신' 능력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로 사피엔스가 지구의 정복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멘탈 타임머신' 능력이 인간 진화의 핵심적인 원동력이었다는 개념을 제안한다.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을 물리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은 꽤 읽어 왔지만,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 뇌과학을 토대로 인간의 정신적 시간여행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처음이라 굉장히 놀라웠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왜 그 동안은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감탄하면서 읽었다. 인간의 멘탈 타임머신은 사실상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이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복잡하고 강력한 장치이다. 우리는 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할 수도 있고, 창의력을 발휘해 기억을 재구성하기도 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 행성은 홀로세라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간의 활동이 이런 평형상태를 뒤흔들어 마침내 인류세를 불러왔다. 우리는 기후변화, 대기의 에어로졸 축적, 해양 산성화, 대량 멸종까지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 앞에 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 예컨대 동물과 식물, 비와 계절과 같은 것들은 우리가 좀 더 지속 가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급속히 변화할 것이다. 광범위한 탄소 방출, 산림 파괴, 플라스틱 오염처럼 해롭다고 알려진 활동을 대폭 줄이지 않았을 때 세계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p.300


샌드위치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도 돌아가는 인간의 뇌는 사실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장치이다. 이 장치는 수십 억 개의 뉴런이 모여 어지러운 네트워크와 회로를 조직한다. 뇌와 정신의 관계는 오랫동안 모든 철학적 문제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것으로 손꼽혀왔다. 게다가 이제 뇌는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간상의 현재 위치와 상관없이, 작업을 처리하는 과정에 끊임없이 예측을 생성하는 것이다. 뇌는 그렇게 현재를 살기 위해 계속해서 다음을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예측은 지각과 동작의 협응에 관여할 뿐 아니라 내일과 그 이후를 시뮬레이션하는 놀라운 뇌의 능력을 분명히 보여준다. 오직 인간만이 과거와 현재 너머의 내일을 설계하는 것이다. 


인지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그에 대한 아주 훌륭한 대답이 되어줄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기회와 위협을 준비하게 하는 예지력은 종종 실패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본주의와 결합해 끊임없이 자연을 개발하고 파헤쳤으며, 그로 인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삼림 파괴, 플라스틱 오염 등 자연의 평형상태를 뒤흔들게 되었다. 인간의 예지력이 도리어 인류세의 재앙을 앞당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인간의 그러한 능력에 달려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예지력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어, 더 잘 사용하게 된다면, 지금 지구에 닥친 위기와 역경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인간이 지닌 가상의 타임머신이라는 개념은 과학이 얼마나 매혹적인 학문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인간의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덜 탐구된 능력'에 관한 빛나는 통찰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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