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민박집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노스케의 능력에 흥분했던 슈는 갑자기 딱딱하게 굳으며 할 말을 잃었다. 주변 풍경 때문이었다.

이형.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눈에 보이는 건 사람이 아닌 이형의 존재들뿐이었다. 커다란 외눈이 달린 꼬마와 5미터는 족히 넘는 거구의 남자. 눈알이 백 개는 달린 듯한 고깃덩이에 양팔에 집게발이 달린 괴물까지.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가 달려서 움직이는 물건까지 있었다.          p.57~58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시는 요괴 만화로 유명한 작가의 고향으로 요괴를 지역 관광 상품에 활용하고 있다. 역에 도착하면 사방팔방에 자리 잡은 요괴들이 부담스럽게 환영해줄 정도인데, 요괴 모양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2층 목조 가옥이 나타난다. 낡고 허름한 외관의 '아야시 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민박집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곳은 사람과 요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인간이 드나드는 큰길 쪽 아야시 장은 허름하지만 요괴가 드나드는 뒷골목 쪽의 아야시 장은 호화찬란한 모습이다. 


슈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오랫동안 신세를 졌다. 친할머니가 있긴 했지만 아무 연락도 나누지 않던 사이였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겨울쯤, 갑자기 친할머니에게 여기 와서 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는다. 학교에서 늘 외톨이로 지냈던 슈이기에, 고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먼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사를 오게 된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이 바로 아야시 장이었으며, 슈가 이제부터 생활하게 될 곳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렇게 슈가 낯선 도시로 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슈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를 보고, 상대를 노려보는 것만으로 해를 입히는 '저주의 눈'을 가진 탓에 외롭게 지내왔다. 눈을 가리기 위해 줄곧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는데, 그 덕에 더 눈에 띄고 아이들이 멀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야시 장에서 만난 햄스터 요괴는 슈에게 자기 눈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과연 이곳에서 슈는 기존과는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될까. 





"...... 난 말이지, 이 눈 때문에 쭉 외롭게 살았어."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슈는 보이지 않는 걸 보인다고 말하고,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몸이 이상해지는 섬뜩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친척 부부를 제외하면 모두가 그를 피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외톨이였던 원인은 눈도, 하물며 선글라스도 아니고 나 자신한테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p.246~247


슈는 할머니에게 특수한 안경을 선물 받게 되고, 더 이상 선글라스를 쓰지 않아도 되자 학교 생활도 한층 편해진다. 하지만 할머니는 선물에 대한 대가로 아야시 장의 일을 도와달라고 하고, 민박집의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슈는 매일같이 맛을 상상하기도 싫은 괴상한 음식을 나르고, 농구 경기도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대형 연회실을 청소하고, 총 길이가 10미터는 될듯한 이불에 커버를 씌우고, 인형의 집만큼 


 

작은 객실을 면봉으로 청소한다. 눈이 돌아갈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며 햄스터 요괴를 비롯해서 수많은 요괴들을 만나게 된다. 요괴들뿐만 아니라 학교 선배인 요괴 덕후 미노리, 장기 숙박 중인 꽃미남 요괴 만화가, 정체불명의 수호신 등 아야시 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슈는 점차 자신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가이토 구로스케는 일본의 투고 사이트 에브리스타가 주관하는 일본 최대 공모 문학상 ‘스마트폰 소설 대상’에서 2013, 2014년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일본의 ‘요괴 마을’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 출신으로 고향의 특성을 살린 요괴 시리즈로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 <기묘한 민박집>을 비롯해 여러 작품 속에서 독자적인 요괴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니,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츠메 우인장>을 잇는 요괴 판타지로서도 매력적이고, 인간과 요괴라는 전혀 다른 두 존재가 만나며 펼쳐지는 힐링 드라마로서도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아마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들도 인상적이었고 말이다. 수상하지만 어딘가 아늑하고, 기묘하지만 은근히 다정한 민박집 '아야시 장'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어서 오십시오. 아야시 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