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음 - 두 사람을 위한 시 다산어린이문학
폴 플라이시먼 지음, 에릭 베도스 그림, 정지인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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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뉴베리상 역사 중에서 드물게 시집으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뉴베리상’은 어린이문학계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어린이문학상으로 수상작 대부분은 소설이다. 그런데 어떻게 '시'라는 장르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한 건지 궁금해졌다.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두 사람을 위한 시'라는 부제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읽어야 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듀엣곡을 부르듯이 한 사람은 왼쪽 부분을, 또 한 사람은 오른쪽 부분을 낭독하며 읽도록 쓰인 시라니 흥미로웠다.


실제로 이 작품은 미국 교실에서 읽기 체험 교과서처럼 읽힌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 읽어도 좋고, 학생과 선생님, 혹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해도 좋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새로운 형식의 시들은 곤충의 세계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실린 시들은 함께 두 사람이 읽다가, 어느 때는 오른쪽 사람 혼자, 또 어느 순간에는 왼쪽 사람 혼자 읽도록 행이 띄어져 있고, 두 사람이 함께 낭독을 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대화처럼 연결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 읽다 보면 혼자 낭독을 하기도 하고,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기도, 혹은 문답을 하기도 하며, 상대와 내 목소리가 동시에 포개지면서 노래하는 듯한 리듬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독특한 낭독 방법은 시를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읽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 더욱 특별하다.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 짧은 일평생을 보내는 하루살이, 풀쩍 뛰어올라 저 멀리 착지하는 메뚜기, 여기저기 빛으로 점을 찍는 반딧불이, 웅장한 합창을 하는 매미, 부지런히 일하느라 바쁜 꿀벌 등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세밀하게 묘사된 곤충 그림들도 시선을 사로잡고, 각각의 곤충들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살려주는 단어 표현들도 재미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번역한 정지인 번역가가 번역을 했는데, 덕분에 더 생생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 해설 또한 흥미로운 방식이라 인상적이다. 동시인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의 글과 곤충학자이자 국립생물자원관 환경 연구관의 글 두 편을 작품 해설로 만날 수 있는데, 시에 대한 해석과 곤충에 대한 설명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어 아주 재미있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곤충의 한살이, 여러 곤충이 각자 시점으로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아주 특별한 곤충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 준다. 


통통 튀는 메뚜기, 아롱아롱 반딧불이, 먼지 쌓인 책장에서 살아가는 책다듬이벌레, 츠츠츠츠 노래하는 매미, 뱅뱅 맴돌다 슈욱 도는 물맴이, 바람에 앞뒤로 흔들리는 번데기... 뜨거운 낮과 고요한 밤을 오가며 만나게 되는 곤충들의 하루는 다양한 소리들로 '즐거운 소음'을 만들어 낸다. 우리의 곁에 늘 있지만, 일상 속 소음들에 묻혀 잘 들리지 않던 그들의 소리가 노래처럼 울려 퍼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이 아름다운 책을 통해 아주 특별한 독서 체험을 경험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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