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4학년 스콜라 어린이문고 40
김혜진 외 지음, 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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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온 브로콜리가 덩굴을 뻗어 큼직한 이파리 하나를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뜻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이파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비 온 다음 날 숲에서 나는 냄새가 확 퍼졌다. 와, 꼭 산림욕장에 온 것처럼 상쾌해서 절로 웃음이 났다.
"나는 하이랑, 친구들은 그냥 하이라고 불러. 그리고 지구인이고, 여자아이고, 한국 사람이고, 청운초등학교 4학년 2반이야."             - 문이소, '우주 브로콜리는 지구를 정복하지 않아' 중에서, p.92~93

 

한 달 전에 전학을 온 여울이는 친구 관계가 걱정이다. 왜냐하면 지난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따돌린 아이들 때문에 도망치듯 이사를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어떤 상황에서도 튀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기로 마음 먹는다. 마침 마니토 게임을 하게 되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자신의 이름을 뽑게 되어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그때 맑은 목소리로 누군가 말을 건넨다. 휘파람을 부는 듯, 유리잔이 울리듯 영롱한 소리로 자신과 마니토를 하면 된다고 말이다. 과연 그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였을까. 여울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

 

엄마 손을 잡고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이 벌써 4학년이 되었다. 보통 3학년까지를 저학년, 4학년부터는 고학년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5, 6학년에 비해 4학년은 아직 많이 서툴고, 부족한 것 투성이이다. 그럼에도 점점 더 자아가 생기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주변 관계에 대한 걱정도, 고민도 많아져서 훌쩍 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이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4학년들을 위한 맞춤 동화집이다. 김혜진, 이재문, 문이소, 이나영, 채은하, 다섯 명의 작가가 완전히 다른 매력의 다섯 빛깔 동화들을 탄생시켰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사물함에 몸을 기댔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딱히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은데, 왜 꼬여 버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화기애애한 교실 풍경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 지난 학교에서도 이런 기분이었지. 나는 무심코 떠오른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랑은 다르잖아.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내려고 일부러 큰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이것 참 큰일이네. 나는 누구랑 마니토를 한담."            - 채은하, '너는 나의 우렁' 중에서, p.174~175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 미스터리를 해결하게 된 채이의 이야기,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아빠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솔이의 이야기,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던 친구와 멀어지게 되어 고민인 하이의 이야기, 잘하던 수영을 할 수 없게 된 리안이의 비밀, 따돌림을 당할까봐 걱정인 여울이의 이야기 등 다섯 명의 아이들은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어려움을 풀어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딱 그 시기에 걸맞는 눈높이와 사려 깊음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오로지 4학년만을 위한 맞춤 동화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전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거쳐 탄생했다. 선생님들이 4학년에 대해 해주신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페이지수가 많은 편이지만, 글자 크기가 크고 읽기 편한 레이아웃에 귀엽고 발랄한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도 딱 좋다. 4학년들을 가리켜 농담 삼아 (천)4학년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저학년 동생들에게는 모범이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며, 적극적이고 호응도도 높은 '천사'같은 학년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4학년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본다.

 

작가의 말을 읽어 보니, 곧 <레벨 업 5학년>이라는 5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도 나올 것 같다. 이번 작품에 등장했던 어린이가 5학년이 되어 맞이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수록된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하나의 문턱을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부족한 것들이 더 많지만, 그것조차 이 나이에 겪을 수 있는 꼭 필요한 과정이니 괜찮다. 더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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