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팔로프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즐겨 먹는 요리예요. 옛날부터 먹던 전통 요리죠. 결혼식 날에도 먹고 축제 때나 사람들이 모임을 할 때 제일 많이 만들어서 먹는 비싼 요리예요... 할머니가 "다들 모야라." 하시면 삼촌들, 이모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팔로프를 요리해요. 한 50명쯤 모이는 것 같아요. 이모는 채소, 삼촌은 고기, 이런 식으로 각자 조금씩 재료를 준비해 옵니다. 팔로프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만드는 데 힘도 들어서 남자들이 필요해요. 1시간은 넘게 저어야 하거든요. 여자들이 재료를 준비하면 남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팔로프를 만듭니다.            p.28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비카쉬 저스틴 쿠니는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한국이란 나라에서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온라인 인터뷰를 하고 합격한 뒤 한국에 오게 되었고, 아이들을 가르치다 인생의 소울메이트 와이프를 만나게 되어 한국에 예정보다 오래 머물게 되었다. 지금 그의 꿈은 전망 좋은 곳에 남아공 스타일의 마당이 있는 집을 짓는 것이다.

 

 

홍콩에서 빌딩 숲에 둘러싸인 췬완구에 살며 간호사로 일했던 시우킷이는 이제 한국에 온 지 딱 3년이 되었다. 휴가로 간 영국 여행에서 한국 친구를 만나게 되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친구가 지금의 남편을 소개시켜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홍콩에서의 삶을 정리하기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남편을 사랑해서 결국 병원 일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들 외에도 몽골에서, 미국에서, 베트남,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일본과 중국,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필리핀에서 온 22명의 이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외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과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다른 문화를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우리 집 국시는 차가운 국시입니다. 집간장으로 맛을 낸 시원한 육수에 다섯 가지 반찬인 오이, 계란, 양배추, 파프리카, 고기를 얹어서 먹는 음식이에요. 비빔밥이랑 비슷한데 밥 대신에 면을 넣는 거죠. 키르기스스탄의 여름 햇볕은 매우 뜨거워요. 이곳 날씨와는 달리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지만 그래도 더워요. 그럴 때 먹던 찬 국시 맛은 최고였어요.... 재료는 비슷하지만 만드는 방법에 따라 조금씩 다른 국시 비법은 할머니, 어머니, 시어머니와 딸, 며느리로 이어지며 대대로 전해 내려왔어요.            p.148

 

12개국, 22명의 이주민들이 들려주는 소울 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들이 한국에 오게 된 과정과 각자 고국에서 먹던 음식에 대해 직접 구술하고 손 글씨로 한글 요리법을 적었다. 낯선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따라 하기 어렵지 않게, 간결하면서도 쉬운 방식으로 알려주는 레시피라 직접 해보고 싶은 요리들이 많을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요리비법도 함께 알려 주었는데, 현지인이 직접 알려주는 거라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나라의 대표 음식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요리책은 어디서도 볼 수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각각의 음식에 담긴 사연이 더욱 특별한 요리를 완성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이 책은 한국의 청소년 39명이 재능 기부로 더욱 의미가 있는데, 이주민이 입말로 전하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를 글로 옮겨 적고, 이를 다시 만화로 표현해 주었다. 18명의 서천여고 재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 들은 몸짓과 손짓을 섞어 가며 이주민에게 먼저 말을 걸고, 스스로 번역기 프로그램을 찾아내 소통하며 이 책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충남 디자인 예술 고등학교 재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 21명은 친구들이 글로 푼 내용을 만화로 그려 시각적으로 음식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베이크드 빈 커리, 중국 르자오의 찹쌀 소시지 샹창, 홍콩의 닭다리 요리 샤오 까이, 필리핀의 아도보, 일본의 오코노미야키, 베트남의 반미, 시리아의 팔라펠, 몽골의 반탕 등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음식들과 생소하고 낯선 요리들까지 다양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각국의 식사 예절도 담겨 있고, 고향 음식에 얽힌 추억도 있어 여러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도 선사한다. 각국의 요리 레시피를 보는 즐거움과 일상의 평범한 음식이 주는 위로까지 더해진 이 책을 통해 음식을 통해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