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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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서 우리는 ‘가진 자’잖아요.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내디뎌야 해요. 곰도 막 걸어 다니는데, 인간이 걸어 다니는 것까지 시비 걸면 어떡하나, 하실 수도 있어요. 시비 걸어야 마땅하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인간은 이미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럽게 내딛어야 하는 막강한 존재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노력을 해야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97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25년 동안 100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고, 해마다 100회 이상 강연을 해왔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강연 녹취록과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회생물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부터,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던 시기의 에피소드와 거의 알려진 바 없던 ‘민벌레’를 최초로 연구하며 그 분야의 1인자가 된 비결, 다윈의 성선택 이론부터 다양한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며 전 생명의 진화사를 살펴본다.

 

그는 이 책이 '그동안 관찰한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라고 말한다. 자연계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탁월한 두뇌를 가진 동물은 아직 발견된 바 없지만, 사실 인간은 제 꾀에 넘어가는 아주 어리석은 동물이라고 말이다. 인간이 진짜 현명했으면, 이렇게 미세먼지 만들어놓고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살겠냐고, 모든 물을 다 더럽혀놓고 개울에서 물도 제대로 떠먹지 못하면서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이라도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 공생하겠다는 뜻에서 '호모 심비우스symbious'로 거듭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연을 곁에 두고 배우며 그들로부터 삶의 방식을 재정립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생태적 전환'이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전환도 아니고, 정보의 전환도 아닙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p.279

 

곤충이 너무 많아 방제를 걱정하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모든 사람이 곤충이 사라지는 걸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꽃을 피우는 식물은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기 때문에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이고, 곤충은 숫자로 가장 성공한 존재인데, 이 둘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다. 그런데 식물 생태계가 지금 이상기후 때문에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다. 식물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맨 밑바닥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그 결과 식물계 바로 위에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곤충계부터 엄청난 붕괴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간 정말 6차 대멸종이 머지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기존 다섯 번의 대멸종이 전부 천재지변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면, 곧 맞이하게 될 6차 대멸종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한 종류의 동물로 인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최대 규모일 거라고 예측되는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최재천 교수는 개미와 민벌레 등 곤충에서 시작해 거미, 민물고기, 개구리를 거쳐 까치, 조랑말, 돌고래, 그리고 영장류까지 다양한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해오며 그 속에서 자연스레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개미에 대한 부분들이 특히나 흥미로웠다. 인간과 가장 닮았으나 인간보다 기꺼이 희생하며 자가 조직 사회를 꾸리는 일개미들의 사례와 다른 듯 닮은 흰개미와 꿀벌의 진사회성에 대한 부분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들의 삶을 가져와서 열심히 베끼고 연구하라고 말한다.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들은 수천만 년의 자연선택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이미 다 거쳤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뭘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그걸 가져다가, 그냥 주워다가 우리의 삶에도 적용해 보라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다른 모든 생명과 이 지구를 공유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지구의 동식물 절반이 사라질 때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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