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 비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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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일상도 허투루 보지 않으며 마음속 물음표를 띄우고, 한 가지 질문에서 파생한 꼬리 질문으로 수십 가지 답을 찾아내는 그의 태도는 <유퀴즈>의 움직임과 제법 가깝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수학이 마법 주문이 되고, 요리의 세계에서 과학이 조미료가 된다면 방송의 세계에서 사람은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수학과, 과학과, 사람을 향한 호기심. 그 마음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호기심은 우리를 움직인다. 기꺼이 움직여 이유를 찾고 묻고 듣게 한다... 그렇게 호기심을 겹치고 덧붙이고 이어가면서, 내가 아는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길 기대해보는 것이다.           p.44~45

 

아마도 가장 건전하고, 착한 프로그램, 보통 사람의 진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닐까 싶다. 티비를 잘 보지 않는 편인 나도 가끔 챙겨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일 정도이니 말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모든 사람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기획으로 '큰자기' 유재석과 '아기자기' 조세호가 출연자 '자기님'들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초기의 기획과는 다르게 바뀌었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이번에 만난 책은 바로 그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기획자이자 메인작가인 이언주가 지난 6년간의 프로그램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에세이이다. 단순히 방송에 나왔던 이들의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 만난 ‘자기님’과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교차해 더욱 특별한 '사람 여행기'가 되었다. 이언주 작가는 이전에 〈무한도전〉 〈꽃보다 할배〉 〈나는 가수다〉 〈날아라 슛돌이〉 등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은 프로그램을 집필해왔는데, 어떻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시작부터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장장 6시간이 걸리는 요리법이었다. 비슷하게 따라만 하는데도 6시간. 22시간 걸리는 과정을 줄여봤자 6시간이었다. 고기는 정직하므로, 결과물은 투여한 시간에 비례하므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딱히 아쉬워하거나 서운해할 일은 아니다. 공들인 만큼 근사해지는 것이 어디 바비큐뿐일까. 보름달을 날마다 볼 수 없듯이 삶에는 인내와 축적의 시간이 필수인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별것 아닌 노력으로 근사한 성과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는 없다.             p.312~313

 

이 책에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50명의 '자기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육사 강철원, 만화가 김수정, 피아니스트 조성진, 소설가 정세랑,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생태학자 최재천, 여행 크리에이터 이원지, 모델 최소라, 시인 나태주,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지선 등등 50명의 인생 이야기가 방송에 나왔던 부분과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덧붙인 글로 더 풍부하게 담겨 있다.

 

유퀴즈 촬영장의 여러 모습과 작가 시점에서 본 출연자의 모습, 촬영 날 소소한 에피소드와 방송 이후 출연자의 삶등을 두루 만날 수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유퀴즈 주간 스케줄표, 프로그램 제작 과정, 작가가 친필로 쓴 현장 다이어리, 촬영장 소개, 비하인드 컷, 유퀴즈 공통 질문 베스트 등 카메라 안팎의 이야기도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특별했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어딘가에서 한 줌의 햇살에 기대어 열심히 오늘어치의 일을 하고 있을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거쳐온 모든 시간이 지금 삶의 단단한 토대가 되는 거라고, 그렇게 작은 경험들이 모여 큰 삶이 되고, 각자의 삶을 빛나게 채워가는 거라고, 그러니 지나온 시간 중 헛된 시간은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수백 명의 제각기 다른 수백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비슷한 마음에 공감하고,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기억하고, 새롭게 깨달은 것을 되새긴다. 사람 냄새 가득한 방송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여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을 통해서 50명의 인생을 천천히 다시 만나며 세상이 아직도 선하다는 희망으로, 그래서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거라는 믿음과 함께 반복되는 나의 일상도 다시 마음 다잡고 시작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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