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공존의 먹거리 - 음식, 풍요로움과 다양함 너머의 식탁 드레의 창
정한진 지음 / 드레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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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합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다. 먹어야 산다. 인간은 동물이자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당연히 생존할 수 없고 종을 보존할 수도 없다. 나아가 먹기는 생리적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행위다. 언제부터 어떻게 정해졌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삼시 세끼를 먹고, 익숙한 식사 방식과 절차에 따라 먹는다... 먹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자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일상적인 행위다.             p.17~18


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러니 먹거리는 삶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먹거리를 생산하고 거래하고 먹는지가 지나간 삶과 현재의 삶,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19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은 <미각의 생리학>에서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준다는 뜻이다. 어떻게 먹느냐는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젠더 정체성을 규정하며, 문학작품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는 성격과 인물들 간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 책은 음식 문화 전체를 살펴보고, 먹거리의 순환으로 본 소비문화를 짚어 보고, 생명을 위한 본능적인 욕구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먹거리를 생각해 본다.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계가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요리가 자연적인 것들을 문명적이고 사회적인 존재로 바꿔 놓는 과정을 통해 음식 안에 담겨 있는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산업화와 시장경제 속에서 먹거리가 자연에서 온다는 사실은 사라지고 욕망을 채워주는 상품으로만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사실 자연에서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먹거리가 건강하고, 안전해야 사람도 건강하고 안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먹어야 존재한다. 자신을 유지하고 삶을 꾸려가려면 먹는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근본적인 일은 없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 현재와 미래가 결정된다. 현대 먹거리 체계는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고 산업화되어 있다. 그리고 오늘날 복잡한 시장경제에서 먹거리는 상품일 뿐으로, 먹거리가 자연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밥상 위에 올린 밥, 김치, 삼겹살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생명체에서 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인간은 생명체인 먹거리 덕분에 생명을 유지한다. 생명체로서 먹거리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 먹거리가 안전해야 사람도 안전하다.          p.201


한 개인이 자신을 드러내는 식생활 습관은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문화 속에서 사회화된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 속의 관습을 배우고 익히며, 문화의 먹거리 분류체계에 익숙해지게 된다. 단순한 수렵과 채집에서 시작되어 농사를 짓고, 가축을 사육하고, 식재료를 조리하고 저장하는 가공 과정에서 음식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먹거리를 장만하고 먹는 과정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며 먹거리를 둘러싼 관례와 위계, 나아가 상징적인 의미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음식문화는 자연환경에 따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리고 사회적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져왔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금기 음식문화,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에서 세계의 음식이 된 피자, 먹방과 쿡방의 전성시대, 먹거리의 대규모 산업화와 세계화, 녹색혁명, 곤충의 종말, 풍요 속의 결핍인 비만과 기아 등 굉장히 다양한 음식과 문화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지, 더 나은 미래와 자연환경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친환경 먹거리를 소비하는 등 현재의 먹거리 체계를 바꾸기 위한 방법 등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먹는 일은 날마다 이루어지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먹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는 활동이면서 가장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면서 '밥 먹어야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거리에 나서면 어디든 먹거리가 넘쳐나고, TV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온통 먹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먹거리를 풍요롭게 누리는 동안 우리가 정작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먹거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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