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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1월
평점 :
... 중요한 것은 자연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며 이것이야말로 실험물리학자들이 밝혀내려는 목표이다. 과학이 궁극적으로 실험의 문제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론 모형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술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이는 실험으로만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빛을 입자로 묘사한 것은 매혹적인 이론이었지만, 자연이 정말로 이렇게 행동한다는 증거를 끈질기게 수집한 사람은 로버트 밀리컨이었다. 하지만 밀리컨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p.77
오늘날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론적, 개념적 승리로 칭송하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의 미래 기술은 거의 전적으로 양자역학을 토대로 삼을 것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하지만 실험이 없었다면 우리는 양자역학이 세상의 행동을 실제로 기술하는지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며, 지금처럼 활용하는 법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우리가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켜거나 공항의 검색대를 통과하거나 병원에서 X선이나 MRI로 검사를 받을 때, 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입'자의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서 원자 너머에 다른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수많은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이론물리학자들에게 집중했던 그동안의 물리학 책들과는 달리, 실험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손으로 과학하는 실험물리학자들의 실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험을 통해 고전물리학의 관념을 무너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을 탄생시키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우리가 찾는 것은 "흠...... 신기한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무엇인가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발견이 순전히 우연하게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은 발견을 한다. 우리가 이해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려면 나서서 자연을 실험하는 설비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다행히도 이 여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내 연설을 듣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비롯한) 전세계의 과학자 수천 명이 이미 크고 작은 실험 설비를 기획하고 건설하고 개량하고 있다. 호기심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의 첨단과 그 너머로 그들을 이끌고 있다. p.341
우리가 방에 들어설 때 자동으로 조명을 켜고 화장실에서 물비누와 손 세정제를 뿜고 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모든 기기는 물체에서 반사되는 적외선을 광 다이오드로 검출하는 근접 센서를 이용한다. 대부분의 보안 시스템에서도 같은 기술이 쓰인다. 우리 주변의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기술 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고,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입자의 발견으로 인해 현대의 생활방식이 어떤 식으로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통해서 입자물리학이 왜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수학적 가능성에 탐닉하는 이론물리학에 비해, 실험은 우리를 무시무시한 취약함의 최전선인 현실 세계로 데려다 놓는다.
물리학 관련 책들을 꽤 읽어본 편임에도 불구하고, 실험물리학에 대해서는 그다지 접해보지 못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X선을 발견했으나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개한 뢴트겐을 비롯해서 원자의 내부 구조를 최초로 발견한 금박실험, 가속기의 방대한 정보를 세계에 공유한 월드와이드웹 등 이 책에는 만고불변이었던 원자를 쪼개, 입자물리학의 세계를 확장시킨 열두 번의 경이로운 실험이 담겨 있다. 입자물리학이라는 분야도, 실험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쓰인 글도 낯설고 쉽지 않지만, 읽다 보면 실험의 성공과 실패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져 매우 흥미로웠다. 학자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는 '입자물리학'이 'X선, 리모컨, 전자레인지, 방사선 치료법' 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도 아주 재미있었다. 이 책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물리학의 놀라운 세계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