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살인사건
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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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은 피로함을 느끼고 손가락 끝으로 눈을 가볍게 눌렀다. 

"그러니까,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게 분명하네."

"네가 이 유명한 살인 사건 피해자와 똑같이 생겼고, 널 닮은 다른 여자들이 살해당해서 똑같은 자세로 발견되는 게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두 번째 피해자는 아직 - "         p.115


일요일 이른 아침, 조깅을 하던 레이건은 알몸이 드러난 여자의 상반신을 발견한다. 마치 마네킹처럼 몸이 반으로 쪼개진 채 토막난 시신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죽은 여성의 얼굴이 자신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던 것이다. 레이건은 마치 자신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얼마 뒤 또 다른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녀도 레이건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이 사건은 오래 전 미국에서 발생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블랙 달리아 사건과 유사한 면이 많아 언론에서는 '시드니 달리아 사건'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사실 레이건은 어린 시절 지독한 스토킹을 겪은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SNS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온라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왔다. 현재는 화원을 운영 중이었지만, 장사가 계속 안 되어 작년부터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레이건은 한국에서 만난 친구 민을 찾아가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을 자신이 없다. 자신의 과거가 민과 그녀의 가족까지 위협하게 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레이건의 친구 민은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의 범죄 보도 부서에서 일하며 20년 전에 발생한 충격적인 살인 사건에 관해 책을 쓰고 그것이 국제적인 출판 계약으로 이어져 유명해졌다. 지금도 경찰은 물론 언론 쪽에도 지인들이 있었기에, 레이건은 사건에 관해 뭔가 알 수 있을까 해서 친구를 찾아간 거였다. 





"저는 인터넷만 안 쓰면 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저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고요. 삶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여자들 탓으로 돌리도록 사람들을 세뇌하는 여성 혐오 커뮤니티들이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하지만 이런 커뮤니티에서 내세우는 폭력성은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끼쳐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p.357


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스토킹 사건은 레이건을 다시 위협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 남자가 다시 레이건을 찾아낸 것일까. 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인 것일까. 민은 레이건을 걱정하며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레이건은 경찰에는 한사코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사실 오래 전 그녀를 스토킹했던 남자가 바로 경찰이었기에, 경찰들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한 이메일이 오기 시작하고, 집 근처에 속옷이 선물 포장되어 배달 되는 등 그는 점점 그녀의 삶을 위협하고 있었다. 범인은 왜 블랙 달리아 범죄 현장을 재현한 것일까. 시드니 살인범이 블랙 달리아 살인범과 동기가 같은 걸까. 그리고 왜 그는 레이건과 도플갱어처럼 닮은 여성들만 골라 살해하는 걸까. 정말 오래 전 그녀를 스토킹했던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난 것일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의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다크웹, 스토킹, 여성 혐오, 온라인 범죄 등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오싹한 이야기였다. 작가가 한국에 거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한국계 캐릭터와 에피소드도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고, 극중 주인공이 겪는 사건 또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호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심리 스릴러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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