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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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이, 회오리바람치고는 매우 조심스럽게 도로시의 집을 놀랍도록 아름다운 나라 한가운데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그곳엔 온통 초록 풀밭이 펼쳐져 있고, 우람한 나무에는 향기 좋고 감미로운 과일이 열려 있었다. 사방에 멋들어진 꽃밭이 보이고, 빛나는 깃털의 진귀한 새들이 나무와 덤불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노래를 불렀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초록빛 둑 사이를 반짝이며 흐르는 작은 시냇물이 있었다. 오랫동안 건조한 회색빛 들판에서 살아온 소녀에게는 속삭이듯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p.25


농부인 헨리 삼촌, 엠 숙모와 함께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도로시는 어느 날 갑자기 불어온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집과 함께 통째로 날아가게 된다. 그곳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나라였는데, 착한 북쪽 마녀와 먼치킨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도로시에게 사악한 동쪽 마녀를 죽이고 자신들을 자유롭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어리둥절한 도로시는 자신의 집이 먼치킨의 나라에 도착하면서  동쪽 마녀를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덕분에 마법이 숨겨진 동쪽 마녀의 은색 구두를 얻게 된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다스리는 에메랄드 시로 향한다. 




강아지 토토와 함께 길을 떠난 도로시는 기나긴 여정 속에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를 만나 함께 하게 된다. 허수아비는 짚으로 가득 차 있어서 뇌를 갖고 싶어했고, 심장을 잃어버린 양철 나무꾼은 행복하기 위해 새로운 심장이 필요했고,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고 싶었으며, 도로시와 토토는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었다. 오즈는 위대한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으므로,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걸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에메랄드 시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에메랄드빛 도시에 도착한 그들은 여러 모습으로 변하는 오즈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각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조건으로 사악한 서쪽 마녀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서쪽에 있는 윙키의 나라로 향하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사악한 마녀를 없애고 각자의 간절한 소망을 이룰 수 있을까. 




혼자 남은 오즈는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들어준 것 같아서 자신의 성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나에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는데, 어떻게 내가 사기꾼이 되지 않을 수 있겠어? 허수아비와 사자, 나무꾼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쉬웠어. 그들은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상상했으니까. 하지만 도로시를 캔자스로 돌려보내는 건 상상만으로 불가능해. 그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군."               p.229


소소의책에서 나오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 그 세 번째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이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적 해석을 담은 컬렉터용 하드커버 에디션이다. 첫 번째 작품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세계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티나 베르닝의 강렬한 일러스트들이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준 높은 콜라보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아 다퀴노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연출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여주었다. 




이번 <오즈의 마법사>는 이탈리아의 비주얼아티스트인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모던한 재해석으로 정말 색다르고 독특한 버전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뉴욕타임스>, <마리끌레르>, 프라다, 디올 등 저명한 미디어 및 브랜드와 협업을 해온 올림피아 자그놀리는 유려한 선과 매혹적인 색으로 사물과 인물을 표현하는 걸로 유명한데, 기하학적 그래픽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신만의 '오즈의 마법사'를 만들어 냈다. 도로시의 집이 회오리 바람으로 인해 날아가는 장면이나 그렇게 도착한 먼치킨들의 도시 풍경, 에메랄드 시로 향하는 도로시와 토토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과 허수아비를 만난 옥수수밭 등 주요 장면들의 이미지가 모두 단순하고 심플한데도 불구하고 시선을 확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향이 너무 강력해서 냄새를 들이마시면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양귀비꽃밭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붉은 컬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초록 컬러를 기본으로 화이트, 골드, 블랙으로만 표현한 것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이미지와 과감한 컬러 배치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보면 볼수록 중독성이 있어 스토리에 더 빠져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야기의 전체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핵심이 되는 부분만 짚어 내어 강조하는 방식이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주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를 세 작품 째 만나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어떤 아티스트가 재해석해는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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