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김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2월
평점 :
“어쨌든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니까 절대로 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운이
극적으로 바뀌는 순간, 인생에는 그때가 분명히 있거든요. 우리
모두에게는 그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는 안테나가 있어요. 안테나의 감도는 기분이 좋은 때 가장 정확해집니다. 반대로 기분이 나쁘면 안테나는 작동하지 않아요. 사소한 일로 기분을
망치는 바람에 대운을 놓친다면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바로 어제의 오카다 씨처럼 말이죠.”
"기분이 나쁘면 운을 놓친다...?" p.62~63
누구나 살다 보면 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싶은
순간이 있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인 슈이치 역시 지금 딱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보험회사에서 영업직인 슈이치는 최근 자신이 담당했던 곳으로부터 무더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아내가 실망할 여행 취소에 딸의 등교 거부, 홀로
외로이 계신 어머니와 본가 처리 문제까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였던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은 심정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을 때, 다가오는 택시를
보고는 무심코 타게 된다. 그런데 택시를 세운 목적 조차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택시 기사는 슈이치가 가야 할 곳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의아한
슈이치의 질문에 온화한 미소의 택시 기사는 손님의 운을 바꾸는 게 자신의 일이라며, 슈이치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장소로 데려다 주겠다고 말한다. 혹시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속마음은 그가 하는 말이 사실일 거라 믿고 싶어졌다. 그만큼 슈이치는
절박한 상태였던 것이다.
운전기사가 데려다 준 것은 등교 거부중인 아이의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을 학교였다.
아내에게는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겠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사십 분 거리를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담임과의 면담 내용은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전화로 해도 될 텐데 굳이 왜 바쁜 사람들을 오라 가라 했는지 슈이치는 화가 난다. 자신은 이런 식으로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을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라고 아내에게 언성을 높이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 다음날 출근하고는 역시나 해지된 계약 건에 대한 부담 때문에 더 이상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다시 밖으로 나오고, 전날의 그 택시를 또 만나게 된다. 그런데 택시 기사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전날
면담 후에 선생님이 보험을 가입하게 되고, 이후 다른 선생님들이 줄줄이 보험을 가입하게 될 거였는데
슈이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얘기였다. 운이 극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와도, 화가 나 있거나 기분이 나쁘다면 인생을 뒤바꿀 만한 운이 찾아와도 깨닫지 못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슈이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법은 없다고, 행운을
기대한다면 먼저 그만큼 운을 적립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데, 과연 슈이치에게도 운이 찾아오게 될까?
"아냐, 그게
아니지. 당신은 언제 운명을 역전할 기회가 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소? 평생 코 꿰어서 일만 죽어라 하다가 끝내 좋은 구경 한 번 못 하고 눈을 감는 인생이 더 많다니까. 그런데도 언제인지도 모를 그날만 생각하며 버티라는 거요?"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을 겪죠. 그러나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그때까지 모아둔 운을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 p.145
슈이치는 당신은 운이 좋으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자신의 인생은 운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오히려 재수 없는 일들뿐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매사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표정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태도도 부정적이 되고, 사소한 일로 기분을 망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마카세 택시(맡겨주세요, 택시)’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택시의 운전기사는 그렇게 되면 당장
기분 나쁜 자리를 벗어날 생각만 하기 때문에, 인생을 뒤바꿀 만한 운이 찾아온 순간을 알 수가 없고,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운'이란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사용한다, 적립한다, 라고 해야 한다는 말이
매우 흥미로웠다. 저 사람 참 운이 좋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사실은 미리 적립해놓은 운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알게 된다면, 누구나 요행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운을 차곡차곡 적립할 생각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안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몰려오고, 되는
일 없는 슈이치의 삶이 과연 수상한 택시로 인해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세상에는 늘 불만과 화로 가득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침에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거리를 다닐 때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정적인 사람은 곳곳에 떨어져 있는 행복의 씨앗을 눈치챌 수 없다는 것, 그들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그거 하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살다 보면 한번쯤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고, 그럴 때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그때까지 모아둔 운을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믿고 싶어졌다. 자기계발서, 청소년 문학, 소설
등 여러 저서를 발표해온 기타가와 야스시의 이 작품은 일본 아마존, 독서미터, 북로그 등 독자 서평만 20,000건이 넘는 기록을 세우며 그 입소문으로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치고, 막막하고
버티기 힘들 때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는 작품이라, 지금 같은 시기에 읽기 딱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