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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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신 말씀이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비행기가 사라질 수가 있어요?"

"그의 비행기가...... 레이더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어요."

그의 말은 마치 벽돌처럼 나를 묵직하게 내리쳤다. 나는 어두운 거실 소파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충격 속에서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p.28


딘은 마이애미를 왕복하는 프라이빗 제트기 조종사고, 올리비아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려고 영화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딘과 유복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올리비아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현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리비아는 아이를 갖고 싶었고, 두 사람은 조금 더 노력해 보기로 한 상태였다. 그날 아침, 딘의 상사인 리처드로부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고,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마이크 미첼의 비행 스케줄이 잡히고 만다. 올리비아의 가족들과 오랜 만에 갖는 저녁 식사 약속이 있었지만, 딘은 일을 더 하고 싶었고, 올리비아는 마지못해 허락한다. 아기를 애타게 갖고 싶었던 올리비아는 그가 밤늦게 돌아올 것 같아 더 실망한 상태였다.


그리고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딘의 상사 리처드였다. 딘의 비행기가 실종됐다는 소식이었다. 일을 마치고 혼자 돌아오던 딘의 비행기가 레이더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는 거였다. 수색이 시작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비행기가 그냥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에 올리비아는 공포에 질린다. 날씨도 끝내주게 좋았고, 비행도 안정적이었으며,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터라, 사람들은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진 건 아닌지 추측하기 시작한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비행기가 사라진 것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제만 해도 딘과 요트 위에서 가족 계획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쯤이면 그는 집에 있어야 했는데, 올리비아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이 아뜩해졌다. 딘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비행기 파편조차 남지 않은 남편의 실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올리비아는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도 같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딘과 함께였던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를 깊게, 열렬하게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삶이었다. 지금의 나는 수년 전 그를 만났을 당시의 그 여자가 아니다. 그때의 나는 가벼웠고 걱정거리가 없었다.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에 완전히 휩쓸렸었다. 그때의 나는 슬픔을 경험한 적도, 불신을 경험한 적도 없었다. 그런 감정들은, 그런 경험들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나서야, 딘이 사라진 후에야 생겨났다. 그게 바로 내가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된 이유다.            p.423~424


갑작스러운 남편의 실종과 남겨진 아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상당히 독득한 전개 방식을 선택했다. 남편의 실종 사건이 벌어진 1990년 마이애미의 현재 시점과 1986년 뉴욕의 이야기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뉴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멜라니라는 물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그녀는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받게 된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교수가 추천해준 로빈슨 박사와 심리 상담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점점 그에게 개인적인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환자와 의사라는 관계를 넘어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로빈슨 박사가 바로 '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시점에서 제트기 조종사인 딘이 4년 전에는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치료사였던 것이다. 그렇게 심리치료사였던 딘이 올리비아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된 사연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까지 과거의 스토리가 보여진 뒤, 이야기는 딘의 실종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으로 점프한다.


남편의 실종 이후 알게 된 임신 소식, 그리고 현재 올리비아는 3살이 된 딸 로즈를 홀로 키우고 있다. 더 시간이 흘러 전남친인 가브리엘과 두 번째 결혼을 해 다시 행복을 되찾게 된 올리비아에게 어느 날, 경찰이 찾아온다. 공원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1986년에 실종된 멜라니였다. 그녀가 당시 딘의 환자였고, 여러모로 미심쩍은 정황이 있어 그의 집을 찾아온 거였다.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남편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자, 올리비아의 완벽한 세계는 또 다시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드러나는 사실들은 점점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주며, 사랑을 의심치 않았던 딘의 실체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이 작품은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 줄리안 맥클린의 작품이다. 서른 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린 로맨스 작가로 유명한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로맨스와 미스터리 장르를 넘나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겹겹이 쌓인 반전들을 드러내며 차곡차곡 서사를 만들고,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미스터리로맨스 장르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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