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법사
해도연 지음 / 구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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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가 마법을 눈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다. 어떻게 마법이 이 세상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얘기도 많이 보고 들었다. 15년 전, 폭발의 중심지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폭심지에 그 시체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처음엔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시체는 많이 훼손되었지만, 전신을 덮은 망토 같은 로브는 멀쩡했고, 시체의 손에는 기다란 막대기가 쥐여 있었다. 누가 처음 그 시체를 '마법사'라고 불렀는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소문 속 모습을 생각하면 제법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세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시체는 사라졌다.            p.32


2008년 서울, 크리스마스 저녁에 세나는 남자 친구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걷는 중이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골목마다 캐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봤던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 참이다. 세나는 이보다 더 완벽한 크리스마스는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고, 크리스마스는 재앙이 된다. 폭발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도시의 지형 또한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15년 뒤, 2023년의 크리스마스 세나는 한 카페에서 기사를 작성하다 범죄 현장을 목격한다. 목격자들이 아무도 보지 못한 붉은 빛을 보았다는 이유로 ‘재난후대책위원회’ 요원들은 세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최근 구도심에서 살인 사건과 실종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이 마법사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거였다. 


사실 마법은 15년 전 의문의 폭발 사건 이후에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당시 폭발의 중심지에서 발견된 마법사의 시체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의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상당 부분이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거나 유실이 되었다. 그리고 마법사의 시체를 먹거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말을 거역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건물의 벽과 바닥이 갈라지게 하고, 칼과 총알을 막는다거나, 무엇이든 부술 수 있는 능력 등을 사람들은 '마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신체가 얼마나 많이 퍼져 있고, 얼마나 많은 마법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점차 마법사의 신체가 범죄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수습을 위해 재난대책위원회가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 받아 활동하게 된 것이다. 세나는 그들과 함께 범인을 쫓으며 15년 전 서울의 중심에 추락하며 모두의 인생을 바꾸어 버린 충격적인 ‘그것’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네. 며칠 뒤 용이 알에서 깨어났고, 말을 했어요."

"웃기지 마요. 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그런 주둥이와 구강 구조로 말을 할 수 있을 리 없어요. 영화를 볼 때마다 얼마나 웃기던지."

세나는 웃지 않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용과는 달라요. 그리고 굳이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고."

페이가 통로 벽을 두드리자 벽이 갈라지더니 양옆으로 움직였다. 통로는 곧 넓은 공간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용이 있었다.               p.118~119


범인은 마법사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을 죽여서 마법사의 몸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죠. 범인도 역시 마법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를 쫓는 쪽에서도 마법사의 신체를 활용해야 했다. 세나는 마법사의 각막을 이식해, 마법사의 눈을 가지게 된다. 마법사의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 마법을 볼 수 있고, 마법을 사용한 사람과 사용된 곳에 남겨진 흔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추적 능력을 사용해 살인 사건과 실종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수만 명이 밀집해 있는 종교 시설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무사히 빠져 나오게 되지만 또 다시 벌어진 참사의 용의자가 되어 버리고, 그 와중에 만난 대형 버스 크기 정도의 용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용에 의해 마법사와 용의 대결에 대해, 15년 전 발생했던 폭발에 대해 듣게 된다. 용은 마법사의 부활을 막고 세상의 균형을 이루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데, 과연 마법사를 부활시키려는 세력과 맞서 이길 수 있을지 이야기는 끝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이 작품은 용과 마법사가 뒤엉킨 도시라는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는 해도연 작가의 신작이다. 마법사와 용의 처절한 사투라는 비현실적인 배경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 담백하면서도 따스하게 그려져 있다. 단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던 주인공에게 모두를 구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자, 이 세계의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사를 만나러 가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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