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의 소원해결소
요코제키 다이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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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제가 범인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래서 중요한 문제라고 먼저 말씀드린 겁니다. 한 지자체의 수장이 용의자라는 결론을 내리려면 저희로서도 아무래도 그만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수사에 협조해 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귀한 시간을 뺏는 겁니다."

어젯밤 시시도 시장 외에 아무도 타누마의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경찰의 눈이 시장을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히나코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유력한 용의자는 시장뿐이다.          p.55


"소원을 하나 말해 보세요." 얼굴에 하얀 분을 칠하고 새빨간 립스틱을 거의 귀까지 이어 그린 삐에로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소품용 빨간 코에 뽀글뽀글한 가발까지, 어떻게 봐도 삐에로의 모습을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거리에서, 포장마차에서, 일상의 어디서든 나타나 말을 건네는 모습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슬글슬금 피하거나, 무시하거나, 화를 낼 뿐 누구도 삐에로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누구든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 실제로 그들의 고민이나 바라는 바를 도와주고, 현실로 구현시킨다. 대체 삐에로의 정체는 뭘까. 


료는 도쿄에 있는 사립 대학교에 다니는 4학년 학생으로, 6월부터 취업 준비를 해왔지만 아직 한 군데에도 합격하지 못한 상태였다. 도쿄에서 취업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지난달부터는 고향인 시즈오카현 카부토시로 돌아와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터미널에 앉아 있는데 삐에로를 만나게 된다. '소원을 하나 말해 보세요.'라며 말을 건넨 삐에로는 자신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삐에로라고 소개하며 어떤 소원이든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신종 사기인가 싶어 대충 대답하는 그에게 삐에로는 자신만만하게 밑져야 본전이니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을 말해보라고 말하고, 료는 그에게 '취직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삐에로는 료의 이력서를 받고는 한 달 월급이라며 돈을 뽑아 오더니, 그 자리에서 료를 자신의 조수로 고용한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싶지만, 그렇게 료는 삐에로를 도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일을 하게 된다. 





"타인과의 만남은 중요해. 어쩌면 너도 삐에로 씨를 만난 게 어떤 발단이 될지 몰라."

타인과 만나는 것의 중요성. 전에 삐에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생각해보니 요즘은 만남의 연속이었다. 기업 설명회에 가도 만남은 있다. 기업 담당자나 취업 준비생을 만난다. 하지만 삐에로와 어울리며 만난 사람들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인연, 같은 것일까.         p.163


사실 카부토시는 현지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였다. 2년 전 카부토시에서 가장 큰 공장이 다른 나라로 옮기면서 폐쇄되는 바람에 직원 천오백여 명이 직업을 잃었고, 많은 이들이 가족을 데리고 도시를 떠났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의 하청 기업들도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도산한 중소기업은 스무 곳을 넘어섰다. 그 속에서 ‘열린 시정, 만나러 가는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시시도 시장은 자신을 찾아오는 어떤 시민이라도 직접 만나 응대하며 도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업무 처리 능력은 뛰어났지만 예민한 성격에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라, 직원들은 좀처럼 그를 편하게 대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시장과 다툼이 있었던 후원회장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가 죽기 전 만났던 유일한 사람이 시장이라는 것이 밝혀져 시장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만들어 진다. 우연히 삐에로의 조수가 된 료와 정체 불명의 삐에로, 그리고 좌천된 신문 기자가 함께 시장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서는데, 그들은 시장의 무죄를 밝혀내고, 이 도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재회>, <악연>, 그리고 <루팡의 딸> 시리즈로 국내 독자들을 만나온 요코제키 다이의 신작이다.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요코제키 다이는 주로 범죄 미스터리를 써왔다. 그의 작품들은 불필요한 수식이 많지 않고, 선정적인 사건이 없어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스토리가 묘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많았고 말이다. 이번 작품은 연말에 읽기 딱 좋은 감동 미스터리이다. 평범한 한 사람의 작은 선의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그 기적 같은 순간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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