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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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이 하는 일이 뭔지는 모두가 안다. 우리는 죽는다. 계속해서 죽는다. 덕분에 당신들이 죽을 필요가 없다. 아마 여러분은 사람들이 그 점을 고맙게 여기리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본인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건물 밖 인도에 서 있으면서 누군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이 되면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럴 때 생기는 건 죄책감이다. 죄책감을 느껴서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은 익스펜더블이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고 여기게 된다.             p.51~52


봉준호 감독의 2024년 SF 기대작 「미키17」의 원작소설로 주목받은 SF 장편소설 <미키 7>의 후속작이 나왔다.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던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궁금증을 자아냈던 니플하임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의 실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전작에서 채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완성한다. 


만약 내가 오늘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내 삶을 대신 살게 된다면 어떨까. 그 존재는 내가 가졌던 희망, 꿈, 두려움 등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외모 또한 똑같이 생겼다. 그는 자신이 나라고 생각하고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정신은 물론 육체까지 완벽하게 복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전날부터 계속 존재했던 내가 아니며, 겨우 하루동안 존재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존재를 나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끊임없이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는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한 꾸린 탐사대에 '익스펜더블'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본질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 준다. 익스펜더블은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존재로, 죽더라도 자신의 예전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난다. 그렇게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한 반스가 미키 1이 되고, 미키 2가 되고, 미키 7이 되는 것이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온 우주가 작정하고 당신을 엿 먹이는 게 틀림없다고 뼈저리게 절감하게 되는 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샤가 나를 쳐다보았다. 호흡기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죽일 것 같은' 표정이라는 데에 일주일 치 배급을 걸겠다.

"너희는 폭탄을 안 가지고 있는 거네." 나샤의 목소리는 낮고 단조로웠다.             p.170


전편에서 겨우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던 미키 7은 은퇴 후 농업부에서 일하며 여자 친구인 나샤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자신의 복제본을 보게 되는데, 미키 9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을 무렵 사령관 마샬로부터 호출이 온다. 미키가 2년 전에 숨겨 두었던 반물질 폭탄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미키는 반물질을 찾기 위해 니플하임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들에게 간다. 인류는 현재 48개의 행성을 점령하고 대략 60광년에 걸친 광활한 우주로 널리 뻗어 나가고 있었지만, 외계 지성과 상호 작용한 역사는 여전히 빈약했다. 그러므로 인류를 위협하는 지적 생명체와 소통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크리퍼라는 존재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와의 갈등으로 서사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미키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사령관 마샬과의 반전 결말도 재미를 더해준다. 과연 미키는 사령관의 엄포대로 부활 없이 죽게 될 것인가, 혹은 니플하임의 지적 생명체 크리퍼와의 교섭에 성공해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 


기억을 업로드하고, 몸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죽은 뒤에 다시 깨어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기억을 모두 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방식이라고 해도, 매번 죽을 때마다 죽음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건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 같다.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고, 오늘 죽더라도 내일 다시 깨어나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 어쩐지 삶 자체가 공허해질 것만 같다. 게다가 다시 깨어날 때마다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으로 일어나 자신에게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 외에 어떻게 죽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걸 믿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그를 영혼 없는 괴물이거나 영생을 누리는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삶이다. 그렇게 여섯 번 죽고, 일곱 번째 생을 살고 있는 미키7이 미키8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던 첫 번째 이야기와 익스펜더블의 삶에서 벗어난 미키 7의 모험을 그린 두 번째 이야기 모두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게다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도 너무 기대가 되는데, 로버트 패틴슨,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가 출연을 확정한 것도, 영화에서는 무려 미키 17이라는 점도 궁금증을 더해준다. 영화 <미키17>은 워너브라더스사에 의해 2024년 상반기 중 전 세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가 궁금하다면 그 전에 원작을 먼저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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