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클래식 리이매진드
루이스 캐럴 지음, 안드레아 다퀴노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앨리스는 부채와 장갑을 집어 들었다. 복도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앨리스는 말을 하면서 계속 부채질을 했다!

"이런, 이런! 오늘은 정말 모든 게 별나구나! 어제만 해도 모든 게 그저 평범했는데. 밤새 내가 바뀌기라도 한 걸까? 뭔가 살짝 달라진 것 같다고 느낀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아. 하지만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라면, 다음 문제는, 난 도대체 누구라는 거야? 아, 이거야말로 엄청난 수수께끼구나!"            p42


수없이 변주되는 고전 중에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여러 판본으로 만나본 책이다. 그래서 웬만한 판본에는 크게 감흥이 없는데, 이번에 만난 버전은 정말 독특하고,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소소의책에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왔다. 현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번역에 세계 유수의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안드레아 다퀴노가 시각적 요소를 더한 컬렉터용 버전이다. 특히나 표지 이미지가 너무 아름다운데, 뒤죽박죽 마법이 가득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신비로운 모험을 하게 되는 앨리스의 모습을 정말 근사한 색채로 그려냈다. 




안드레아 다퀴노는 광고 에이전시의 아트디렉터이자 삽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덕분에 루이스 캐럴의 언어를 정말 새롭게 해석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고전이지만, 이 작품에 수록된 이미지들 중 그 어떤 것도 친근하거나,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콜라주 기법과 화려한 컬러감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감정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앨리스가 분홍 눈의 하얀 토끼를 처음 발견하고 따라 가다가 토끼 굴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첫 장면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터널처럼 곧게 이어지다 갑자기 아래로 쑥 꺼지는, 꽤나 깊은 토끼 굴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대부분 어둠보다는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책으로 가득한 배경이 등장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앨리스의 생각을 이리 저리 배치해서 보여준다. 





"저쪽에는 모자 장수가 살아."

고양이는 이번엔 왼쪽 앞발을 흔들었다.

"저쪽에는 3월의 토끼가 살지.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 둘 다 미쳤으니까."

"하지만 난 미친 사람들이 있는 데엔 가고 싶지 않은걸." 

앨리스가 말했다.

"오, 그건 너도 어쩔 수 없어. 여긴 모두 미쳤거든.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여기 왔을 리가 없잖아."          p.126


사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초현실적이고 분위기에 기발한 은유와 언어유희, 수학적 논리와 이해하기 힘든 전개 등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그 초현실적인 부분이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해 유독 다양한 버전의 일러스트판이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토끼굴에 빠져 모험을 시작하게 된 앨리스는 몸집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자신이 흘린 눈물 연못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여러 동물들을 만난다. 몸통 없이 웃는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체셔 고양이, 카드 몸집을 한 병사들과 시종일관 '저놈의 목을 쳐라'고 외치는 여왕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각각의 일러스트 버전마다 다르게 표현되어 왔다. 바로 그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가장 극대화시킨 것이 바로 이번에 만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 여러 번 읽어서 전부 다 아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나오는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적 해석을 담은 컬렉터용 하드커버 에디션이다. 첫 번째 작품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세계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티나 베르닝의 강렬한 일러스트들이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준 높은 콜라보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아 다퀴노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연출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어질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의 작품들도 매우 기대가 된다. 


하얀 토끼가 보이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어린 시절 동화 속 세상에 푹 빠져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책 속에서 길을 잃어 버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어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매번 다른 버전으로 다시 읽을 때마다,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로 색다른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해준다. 그야말로 고전이 가진 마법같은 힘이 아닐 수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