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도시락 가게 코하나
오치아이 유카 지음, 유보라 그림, 김지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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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시락 가방을 열고 보따리를 풀었다. 오늘의 도시락은 샌드위치와 국 통에 담긴 미네스트로네다. 샌드위치는 빵이 한쪽만 구워져 있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니 맛있었다. 미네스트로네에는 깍둑썰기 한 채소가 듬뿍 들어 있어서 색깔로 예뻤다. 쪽지에는 '오늘도 도와줘서 고마워요. 11월에 들어서 조금 쌀쌀해졌으니, 따뜻한 음식을 준비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교환 도시락' 중에서, p.67~68

 

나는 14년간 살아온 인생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게임 센터에 놀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갑자기 수상한 남자가 튀어나오더니 나를 인질로 잡은 것이다. 그대로 나는 게임 센터의 지하 창고로 끌려왔고, 인질범은 경찰에게 돈을 요구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인질범의 요구로 도시락이 도착했고, 도시락을 가져온 것은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젊은 남자였다. 도시락 가게 <코하나>의 점장이라는 그는 인질범 몰래 나에게 재빨리 속삭이고 돌아섰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었다. 무슨 말일까 의아해하는 사이, 인질범은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땀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것 아닌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문밖으로 뛰쳐나가 무사히 구출된다. 그런데 도시락은 자신도 같이 먹었는데, 왜 범인만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걸까.

 

 

리호는 우연히 본 SNS의 게시물을 보고 깜짝 놀란다. 바로 자신이 남편을 위해 만든 도시락 사진이었던 거다. 아내표 도시락이라는 태그로 올려진 게시물들은 계란말이가 탔다든지, 국물이 흘러서 샜다든지, 너무 달다는 식의 불평 불만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시락을 만들 때 참고하려고 SNS에서 요리 사진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계정이 남편의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매일 밤, 시간을 들여 반찬 준비를 하고, 아침형 인간도 아닌데 애써 일찍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요리했던 도시락들인데... 그렇게 만들어 준 도시락을 SNS에 올리고, 게다가 무시하는 듯한 글까지 덧붙이다니 너무 괘씸했다. 어떻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리호는 남편에게 도시락으로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리호는 남편에게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까? 이들 신혼 부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야기를 들은 점장은 “흐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에는 생글생글 웃기만 하던 점장이 보인 그 표정에, 리호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좋아요, 복수해 볼까요.”
점장은 두 손을 딱 맞부딪치더니 리호를 향해 웃었다. 기분 탓인지, 그 미소가 사악해 보였다.          -'복수 도시락' 중에서, p.133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로 도시락 가게 <코하나>를 배경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맞이하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도시락 빨리 먹기 시합에서 이기고 싶어 하고, 자신에게만 이상한 맛의 주먹밥을 주는 야구부 매니저에게 미움받고 있는 것 같다고 고민하고, 엄마가 만들어 준 종말 도시락을 먹으며 곧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메모를 읽는 아이도 있고, 어느 날 도시락 가방이 바뀐 것을 계기로 교환 도시락을 하게 되어 매일 점심 시간만 설레이며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위한 도시락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응원하는 도시락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 거짓말쟁이 도시락, 최애 도시락, 심장 저격 도시락, 벚꽃놀이 도시락, 츤데레 도시락, 아이돌 도시락 등등 맛도 효력도 특별한 <코하나>의 도시락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한 입 속에서 밥이 부드럽게 뭉개지면서 큼직한 속 재료가 얼굴을 쑥 내미는 주먹밥, 씹으면 육즙이 쭉 흘러나오는 닭튀김, 부드럽고 달콤한 꽃 모양 계란말이 등 음식에 대한 묘사를 읽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 분량이 짧아서 아이들이 읽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오치아이 유카는 제57회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일본 작가이다. 이 책은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가진 손님들을 위해 특별한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 도시락 가게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소소하게 펼쳐지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내 출간 버전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삽화를 그린 유보라 작가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더해져 더 사랑스러운 책이 만들어졌다. 이상한 과자 가게 시리즈를 좋아했다면 또 다른 분위기의 도시락 가게 코하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절호의 기회를 만드는 맛이 궁금하다면, 차일수록 맛있어지는 맛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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