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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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에서 뭘 보았는지 아빠에게 얘기하고 싶은 충동을 조금이라도 느꼈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우선 보디치 씨가 비밀 엄수를 신신당부했다. 보디치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 금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훔친 게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걸 찾는 사람이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뜻이라고 대답하고 끝이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알기 전까지 보디치 씨의 말을 고스란히 믿을 용의가 있었다. 그리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나는 17살이었고 이렇게 짜릿한 사건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나는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p.147~148

 

11월의 어느 토요일, 엄마는 저녁에 먹을 치킨을 사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7살이던 찰리는 아빠와 함께 대학 미식축구 중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엄마는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치킨을 사서 다리를 건너던 엄마는 언덕을 내려오던 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빠는 장례식 이후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고, 이후로 계속 조절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 여의 시간이 흘렀고, 알콜 중독으로 인해 아빠는 결국 다니던 보험 회사에서 잘리고 만다. 다달이 갚아야 하는 대출금은 여전히 어마어마했고, 찰리는 곧 은행에 집이 넘어가서 노숙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다 개학을 앞둔 어느 날, 찰리는 아빠가 술을 끊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어떻게든 보답하겠다고 말이다.

 

몇 년 뒤, 아빠는 전 직장동료의 도움으로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다니기 시작했고, 드디어 술을 끊고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 내고 손해사정사로 다시 일을 하게 된다. 찰리는 열심히 공부했고, 학점을 잘 받았으며, 미식축구와 야무를 하며 모두 학교 대표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찰리는 하느님과 한 거래를 절대 잊지 않았다. 그리고 17살이었던 어느 날, 야구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개가 짖는 소리와 누군가의 외침을 듣게 된다. 그 집으로 달려가 노인의 목숨을 구한 찰리는 늙은 대형견과 단둘이 사는 괴짜 노인 보디치와 비밀스러운 우정을 맺게 된다. 보디치의 집은 '사이코 하우스'라 불리며 동네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곳인데, 보디치 씨 역시 성질이 좋은 편은 아니라 첫인상이 별로였다. 하지만 오래 전 하느님과한 거래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찰리는 그를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반려견 레이더에게도 특별한 애정이 생기게 된다. 보디치 씨는 집안 어딘가에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기색에,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호기심 많은 10대 소년이었던 찰리에게는 오히려 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내가 정말 개의 기분에서 봤을 때 이미 살 만큼 산 노견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아빠와 학교가 기겁할 만한 문제를 일으키려는 건지 자문해 보았다. 답은 '그렇다'였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경이로움, 신비로움 때문이었다. 내가 다름 아닌 또 다른 세상을 발견했다. 초록색 탑이 있는 도시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 심장부에 커튼 뒤에 숨어서 말을 하는 사기꾼이 아니라 고그마고그라는 끔찍한 괴물이 있다는 것만 다를 뿐 그곳이 정말로 오즈의 나라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해시계를 찾아내 실제로 보디치 씨가 얘기한 그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 가장 큰 이유는 개였다. 나는 레이더를 사랑했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p.335

 

보디치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집을 비롯해 엄청난 유산을 모두 찰리에게 남긴다. 그리고 찰리는 그가 남긴 녹음 테이프를 통해 보디치 씨 집의 뒷마당에 동화 속 세계와 통하는 우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디치 씨의 나이는 사실 120살이었고, 동화 속 세계에 다녀오고 몇 년 뒤 40살쯤 된 젊은이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는 것도 말이다. 찰리는 그의 말을 듣고 45구경 총을 꺼내 들고 그곳으로 향한다. 죽은 벌레들을 흩어져 있는 그곳에 지름이 150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구멍을 널빤지와 콘크리트 블록이 덮고 있었다. 그 동화 속 세계에 있는 해시계가 장수의 비결이었다는 걸 알게 된 찰리는 노견이 되어 살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는 개 레이더를 그곳에 데려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레이더를 살리기 위해 동화 속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 펼쳐질 테니, 2권도 어서 빨리 읽어봐야겠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이 처음 쓴 '동화'라는 점에서 읽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다. 제목에 걸맞게 <잭과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 <아기돼지 3형제> 등 다양한 동화들을 오마주했지만,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그런 동화 속 분위기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오직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동화 속 세상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세계와 공주를 구하는 왕자’라는 동화적인 클리셰와 오컬트적인 공포를 배제한 영웅 서사담을 보여주지만, 스티븐 킹 특유의 오싹한 서스펜스와 스릴 넘치는 이야기로 버무렸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이고, 특별한 동화 서사를 만날 수 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반려견을 살리기 위해 우물 속 동화의 세계로 뛰어들며 겪게 되는 모험담은 스티븐 킹 특유의 페이지터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었다. 곧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스크린에서 펼쳐질 작품도 기대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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