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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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 자경단장님, 아무튼 전 피노키오의 오른팔과 밤새 같은 침대에 있었어요. 제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겠죠?"
"이런 일은 처음이군!"
조제프 자경단장은 오징어 모자 밑의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머리는 빨간 모자의 범행을 증언하지만 오른팔은 무죄를 증명한다? 범행 목격자와 부재 증명의 증언자가 동일하다니,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고!"              p.35~36

 

빨간 모자는 숲 속 깊은 곳에 사는 사냥꾼 아저씨의 집에 쿠키와 포도주를 갖다 주러 가는 길에, 나무로 만든 인형의 팔을 줍는다. 손가락 부분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그것은 인형의 오른팔이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여 펜을 쥐어 줬더니 자신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피노키오로 학교에 가는 길에 서커스단에 스카우트가 되었는데, 억지로 하기 싫은 공연을 1년 동안이나 하고 있는 중이라며 자신을 구해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빨간 모자는 피노키오의 오른팔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엄지 공연단'이 있다는 람베르소 마을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피노키오의 공연을 보고 돌아온 다음 날, 빨간 모자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가 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살해된 사람은 서커스 단원인 여우 안토니오였고, 피노키오가 우연한 목격자로 빨간 모자를 범인으로 지목한 거였다. 자, 빨간 모자는 다음날 공연 시작 전까지 안토니오를 죽인 진짜 범인을 데려와야만 자신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공개 처형될 위기에 처한 빨간 모자는 진범을 밝혀낼 수 있을까.

 

 

빨간 모자를 위협하는 공연단장 엄지 공주, 그리고 빨간 모자에게 도움을 준 거짓말쟁이학 박사 질베르토 폰뮌하우젠 남작, 그리고 빨간 모자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준 피노키오의 팔, 틈만 나면 다투는 수박 장수 할아버지와 가면 장수 할머니...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재미를 더해준다. 빨간 모자는 이후 피노키오의 부탁으로 피노키오의 몸통과 왼팔, 두 다리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백설 공주와 난쟁이가 사는 숲 속부터, 온종일 음악을 연주하는 도시 하멜른을 거쳐, 아기 돼지 삼 형제가 늑대를 무찌른 뒤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도시 부히부르크에 이르는 이 여정은 동화 속 배경에 미스터리의 트릭을 절묘하게 연결시켜 범죄 사건들의 한복판으로 빨간 모자를 데려 간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를 쫓아내 준 뒤 약속한 보수를 주지 않아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으로 끝이 났던 동화 속 이야기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사이 좋은 아기돼지 삼 형제의 파격적인 변신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이 시리즈만의 독창적인 부분이라 지루할 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백설 공주, 넌 왜 이렇게 빵을 잘 만들어?"
"어릴 때 돌아가신 엄마가 가르쳐줬으니까."
"그럼."
빨간 모자는 검지를 들어 백설 공주의 코끝을 가리켰습니다.
"백설 공주, 네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백설 공주는 대번에 말문이 막힌 듯했습니다. 그러나 빨간 모자는 백설 공주의 눈빛이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는 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p.135~136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자 '빨간 모자'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1권과 3권은 일본 전래 동화를 기반으로 했고, 2권과 4권은 서양 동화를 기반으로 했는데, 옛날 옛적.. 시리즈와 빨간 모자... 시리즈를 각각 별도로 읽어도 상관없다. 전작이었던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에서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성냥 팔이 소녀의 동화 속 세계를 변주했었다면, 이번 작품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에서는 피노키오, 백설공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엄지 공주, 아기 돼지 삼 형제, 브레멘 음악대 등의 작품을 본격 미스터리의 세계로 가져왔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가 범죄의 증거가 되고,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이 밀실 살인의 배경이 되는 등 기발한 발상과 동화의 색다른 해석으로 재미를 주었던 전작처럼 이번 작품 역시 본격 미스터리 트릭의 다양한 묘미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 빨간 모자는 몸이 조각난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잃어버린 다른 몸 조각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번에도 갖가지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조수 피노키오와 함께 명탐정으로 사건들을 해결한다. 빨간 모자 시리즈의 첫 작품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는 최근에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영상 버전으로도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아오야기 아이토는 옛날 옛적.. 시리즈와 빨간 모자... 시리즈를 교차로 내고 있는데, 올해 일본에서 시리즈 5권이자 옛날 옛적.. 시리즈 3권과 빨간 모자... 시리즈 3권이 각기 나온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동화 속 세계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살인과 실종, 독살 사건이 벌어지는 색다른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이 시리즈를 읽어 보자. 동화 속 주인공 '빨간 모자'와 함께 다양한 동화 속 세상을 여행하며 신선하고, 기발한 미스터리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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