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말이 되는 꿈을 꾼다. 어릴 때부터 말이 안 되는 꿈을 꾸어왔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놀라울 정도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꿈꾸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걸 믿는 편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점점 말이 되는 꿈만 꾸게 된다. 더 말도 안 되는 꿈을 막 꾸고 싶은데 이것이 마음대로 안 될 때 어른이 되어감을 체감한다. 말이 되는 꿈을 꾸는 이유는 이제 뭘 좀 알게 되어서다. 아무것도 몰라야 말도 안 되는 꿈을 꿀 수 있다.           p.129~130

 

친근한 노랫말과 유쾌한 음악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밴드 소란. 소란의 보컬 고영배의 첫 책이다. 다정하고 산뜻한, 팀 이름과는 달리 소란스럽지 않은 소란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스윗하고 설렘을 유발시키는 소란의 노래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니 말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들키고 싶지 않았던 저와 내심 더 알리고 싶었던 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요.'라는 말로 포문을 여는 이 책은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파트는 노랫말로 되어 있다. 미공개 팬송인 ‘우리 가던 길로 천천히 가자’, 소란의 곡 <행복>의 가사이자 이 책의 제목인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소란을 페스티벌의 황제로 만들어준 곡 <가을목이>의 가사인 ‘고마워 예쁘게 웃으며 얘기해줘서’로 나뉘어져 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순간부터 인디 밴드 소란이 탄생하게 된 배경, 콘서트의 뒷이야기들, 유년의 기억,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뮤지션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로서의 모습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고 마이클 잭슨의 앨범을 즐겨 듣던 어린이가 중학생이 되어 일렉 기타를 치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밴드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축제 공연을 하면서 제대로 공연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이후 진로에 대한 방황의 시간을 거쳐 인디 밴드 소란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인디밴드를 결성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밴드 소란을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하려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12년 넘게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서 공연을 해온, 1년에 정식 콘서트만 세 번씩 열고 수도 없이 많은 행사와 페스티벌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해온 경험을 토대로 쓰인 글이니 말이다.

 

 

 

샘솟듯이 솟아나는 좋아하는 마음은 표현할수록 나와 상대방 안에 행복으로 저장된다. 이 행복은 기억과는 달리 변질되거나 사라지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나의 자존감으로 영원히 마음속에 머무른다. 아침에 만나서 밤새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고, 상대에게 나도 그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하루는 얼마나 풍성하고 예쁠까. 살면서 아껴야 하는 것들이 무척 많다. 아끼지 않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들도 많다.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반대다. 아낄수록 나중에 후회한다.            p.171

 

2부로 가면 유년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셨다고 한다. 그런 엄마가 언제나 강하고 빈틈없는 존재로 느껴졌었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순간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아슬아슬했었는지 아들은 알게 된다. 왜냐하면 당시에 엄마는 두 아들에게 전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으니까.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조각난 채로 간직해왔다고 한다. 각 조각들은 꽤나 선명한데 전체의 모습은 희미한 상태로, 머릿속에 머물렀던 기억들이다. 이제 어른이 되고, 심지어 그때의 엄마보다 나이가 더 많아지고 나서야 당시 젊었던 엄마가 어떠했을지 짐작해 보는 아들이 되었다. 30대 초중반에 남편을 잃고 어린 두 아들 손을 잡고 연고도 없는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하며 얼마나 많은 각오와 다짐을 했을지를 말이다.
 
3부로 가면 아내와의 만남부터 두 딸의 탄생에 이르는 지금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소란의 팬이라면 아마도 그의 이러한 개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더 관심있게 읽게 될 것 같다. 무대 위 스타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될테니 말이다. 영상도 숏폼으로, 음원도 2분이 넘지 않은 곡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은 모든 게 짧아지는 시대이다. 그도 가사를 쓰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팬들과 소통하는데 갈수록 글이 짧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긴 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시대에 맞춰 모든 게 짧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반대 일에 뛰어들 생각에 겁부터 났다고 말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각자 이 책을 직접 읽어보며 판단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꾸밈없이 솔직한 글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행복이란 어떤 건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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