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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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는 얼음처럼 찬바람이 눈꽃 회오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스튜디오 안은 한여름 같았다. 실제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장에서 출연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은 강렬한 조명을 받아 마치 땡볕 아래 나앉은 듯이 보였다. 마침 그 장면은 내가 책을 쓰면서 아주 마음에 들어 한 부분이었다. 행인들이 오가는 거리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남녀 주인공 마크와 알리시아가 마침내 마주친다. 몇 년 동안 헤어져 지내다가 다시 조우하는 순간이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애써 말을 건넬 필요가 없다. 서로 마주보는 눈길만으로도 잃어버린 지난 시간을 되찾기에 충분하다.            p.23~24

 

알래스카 샌더스는 환한 햇살처럼 밝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게다가 어찌나 상냥하고 친절한지 그녀가 일하는 주유소 사장은 물론, 손님들 또한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운트플레전트의 스코탐 호수 근처 모래밭에서 알래스카의 시신이 발견된다. 곰이 시신을 훼손하고 있는 걸 누군가 발견해 신고한 것이다. 처음에는 곰에 의한 피해인가 했지만, 그녀의 사인은 교살이었다. 피해자의 가죽바지 뒷주머니에서 종이가 한 장 발견된다. '나는 네가 한 짓을 알아.'라는 컴퓨터로 쓴 짤막한 문구 한 줄이었다. 여러 미인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미모가 출중했고,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스물 두 살의 젊은 여성은 대체 왜 살해된 것일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 그리고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에서도 화자로 등장했던 마커스 골드먼이 등장한다. 작가인 마커스 골드만은 스물여덟의 나이에 발표한 첫 소설로 단 몇 주만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스승이자 멘토인 해리 쿼버트가 관련되었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다. 해리의 집에서 유해 한 구가 발견되었는데, 수십 년 전에 실종되었던 소녀로 추정되었고, 그 일로 해리는 체포된다. 어린 소녀와의 부적절한 관계, 살인과 오랜 세월의 은폐로 인해 도서관마다 비치될 정도의 문학적 교과서같은 위대한 작품을 쓴 국민 작가는 한순간에 추락한다. 마커스는 스승에게도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고, 그 사건에 뛰어들어 진실을 파헤치는 데 일조를 하게 되고, 그 과정을 소설로 써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다. 이 작품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 등장하는 마커스는 바로 그 시점의 마커스이다. 첫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어 크랭크인에 들어가고, 두 번째 책 <해리 커버트 사건의 진실>이 출간되어 영화 판권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유명 작가가 된 마커스말이다. 하지만 그는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해리가 사라진 뒤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유일한 친구라고는 당시 함께 수사를 했던 경찰 페리와 그의 식구들뿐이었으니 말이다.

 

 

 

랜스데인 과장이 사무실 문을 나서는 페리를 불러 세웠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걸 축하해."
"어떤 사건이든 종결될 수는 없어요." 페리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저는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모두."                 p.260~261

 

이 소설은 현재 시점인 2010년과 11년 전인 1999년 시점을 끊임없이 오가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킨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페리가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 관한 의문의 편지를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커스와 함께 재수사에 착수하게 되는 것이 주요 플롯이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이다 보니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은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한다. 이유는 내가 가제본 도서를 읽었기 때문인데, 본 책은 다음 주에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본책은 1권이 484페이지, 2권이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데, 가제본 도서는 358페이지까지라 1권도 채 되지 않는 분량의 내용을 만났다. 전체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를 읽고, 2부의 초반부를 살짝 만난 거라... 본책으로 출간될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마도 가제본으로 만난 독자들 모두 이 엄청난 분량의 본책을 사서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니 말이다.

 

 

오래 전에 만났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했었다. 미스터리와 소설쓰기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절묘하게 그려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고, 캐릭터, 플롯, 반전 모두 너무 흥미진진했던터라 조엘 디케르라는 작가에게 한 눈에 반해버렸으니 말이다. 그 뒤로 출간되었던 <볼티모어의 서>와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아쉽게도 해당 작품들은 현재 절판 상태라, 데뷔작이었던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과 신간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만 구매가 가능한 상태이다. 오랜 만에 만나게 되는 신작이 이렇게 두툼한 분량으로 출간되어 매우 설레이는 마음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를 잇는 삼부작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선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번 신작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 작품은 스토리 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중심 인물이 겹치기 때문에 연작소설같은 느낌도 든다. 각각의 내용이 독립되어 있어 별도로 읽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시리즈처럼 하나씩 다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가제본으로 읽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개가 진행되기 전까지만 만난 상태라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하다. 어서 빨리 두 권짜리 본책을 만나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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