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법적 소유권이 없으면서도 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생각해 보라. 자동차를 잠깐 빌릴 땐 아무 생각이 없지만, 자동차를 장기 임대할 때 생기는 애착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대출을 받아 구입한 부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출금을 전부 상환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내 소유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구한 집을 '우리 집'으로 여긴다... 이러한 특징들을 이해하려면 소유의 심리적 차원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소유 추구가 많은 사람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충동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p.67

 

인간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그러나 사는 동안 우리는 마치 소유가 삶의 전부인양 매달린다. 더 넓은 집, 더 비싼 차, 좋은 가구, 최신 가전 제품 등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해야 행복해진다고 흔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소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사회에 증명하려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많이 가질수록 더 가치 있는 존재인 것일까.

 

발달심리학 및 실험심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인 브루스 후드 교수는 이 책에서 '소유욕'이 어떻게 문명의 시작부터 현시대에 오기까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왔는지를 밝혀낸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단 하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 욕망은 바로 정서 중추에서 발화되는 뇌과학적 현상이자, 진화학에서 동물과의 극명한 차이점으로 꼽는 특징이며, 법학과 법률 제도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 바로 '소유욕'이다. 대체로 우리는 소유물 또는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행복해질거라고 믿지만, 사실 그것을 손에 넣어도 행복해지지 않을 때가 매우 많다. 뭔가를 가질 수록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더 좋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이는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대개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게 되는데, 이 같은 욕망은 지구 온난화 등 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아'는 그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총합"이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인용문을 비틀어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은 이미 가진 것의 합계라기보다 아직 갖지 않은 것, 가질 수도 있는 것의 합계다." 사르트르가 보기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취득이라기보다 목표의 추구이다. 그리고 그의 통찰은 동기의 신경과학과 일치한다. 뇌에는 이미 소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소유하길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p.272

 

이 책은 문명의 시작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유욕이 어떻게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왔는지 그 근원을 밝히고 있다. 지난 세기의 노예 매매, 불법 수익을 낳는 인신매매업, 19세기까지 결혼 제도 아래에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소유권, 자녀를 재산처럼 독점적으로 통제하려하는 부모와 자식의 소유 관계, 그리고 법적으로 보호되어 왔지만 자주 분쟁의 대상이 되었던 지식 재산권 등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소유의 심리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수그러들지 않는 소유 추구가 이토록 많인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충동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브루스 후드 교수는 그에 대한 답을 인류학과 철학, 생물학과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고찰한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높아지는 듯하고, 명품 제품을 들고 있으면 어딘가 행동도 변한다. 값비싼 음식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똑같은 음식이라도 전에 마실 때보다 맛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뇌의 가치 평가 체계가 더 많이 활성화된다. 그러니 관건은 실제 사치 여부가 아니라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인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인생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물질적 소유와 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대신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인 50명 중 약 1명은 삶에 지장이 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쌓아둔다고 한다. 이렇게 과도한 수집은 아동기에 시작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주 관찰되는데, 물건이 많이 쌓일수록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집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현재의 소유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손에 쥔 것들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건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진가를 깨닫는 시간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