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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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명백히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건 사이비 종교였다. 꼭 하나의 종교를 따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불법적인 것도 아니었다. 사이비 종교의 성립 조건은 그저 어떤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무척 신실한 추종이었다. 그 대상은 때로는 종교적 믿음일 수도, 때로는 어떤 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때로는 식단일 수도 있었다. 어떤 사이비 종교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파괴적일 때도 있다.          p.33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이든은 어린 아들 네이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나인 개브리엘은 자신의 방에 있었지만, 동생을 보지 못했다고 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네이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두문불출하는 이든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네이선을 데리고 있다고, 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범인은 돈을 구하지 못하면 아들이 죽게 될 거라고 그녀를 협박한다. 대체 누가 네이선을 납치한 것일까. 이든은 경찰에 신고할 수도, 누군가한테 전화할 수도 없었다. 이런 때 도와줄 만한 사람이 인생에 아무도 없었던 데다, 500만 달러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어린 시절 지옥을 함께 견뎌냈던 딱 한 사람 애비 멀린뿐이었다.

 

남편과 이혼 후 두 아이를 키우며 뉴욕 경찰청에서 인질 협상가로 일하는 애비 멀린은 도움을 청하는 한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 빠져나왔던 사이비 종교 집단의 또 다른 생존자 이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두 사람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범인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네이선의 누나 개브리엘에게 집착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지역 사이비 종교 단체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사이비 집단의 일원들은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믿기 때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거짓말쟁이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믿음 때문에 거짓말이 어떻게 보면 진실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와 그들이 믿는 모든 것은 그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의 명령으로 결정된다. 과연 이든과 애비는 어린 시절 겪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의 비극에서 벗어나, 네이선을 그들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뇌를 완전히 재배치한다는 거였다. 포스트에 달린 '좋아요'와 댓글들은 계정주의 도파민을 폭발시키고 계정주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건 이해할만했다. 페이스북 포스트에 '좋아요'가 눌리는 건 누구나 좋아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휴대전화를 개인적 도파민 시뮬레이터로 바꿔놓았다. 뇌 스캔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는 자신을 재배치해, '좋아요'나 리트윗이나 웃는 이모티콘을 갈수록 더 욕망하게 만들었다.         p.402

 

<살인자의 사랑법>, <살인자의 동영상>이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마이크 오머의 신작이다. 기존 두 작품이 FBI 요원 테이텀 그레이와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가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는 '조이 벤틀리' 시리즈였다면, 이번 신작은 '조이 벤틀리'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질 협상가 애비 멀린을 주인공으로 했다. '애비 멀린' 시리즈는 <따르는 사람들>에 이어 <손상된 의도>, <불타는 망상>으로 이어진다. 마이크 오머는 조이 벤틀리 시리즈를 세 권 출간한 뒤, 바로 애비 멀린 시리즈 세 권을 썼다. 애비 멀린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작년에 출간되었으니, 그의 가장 최신작이기도 하다.

 

마이크 오머는 조이 벤틀리라는 캐릭터에게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즐겨 읽었던 10대 소녀가 이웃에 살던 연쇄살인마에 의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고, 어른이 된 뒤 FBI의 수사를 돕는 범죄심리학자가 되었다는 과거 배경을 설정했었다. 게다가 당시의 연쇄 살인범은 성인이 된 그녀를 잊지 않고 여전히 연락을 해오는 것으로 만들어 그녀가 쉽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뉴욕 경찰청 최고의 인질 협상가인 애비 멀린에게 3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에서 생존한 아이라는 과거를 부여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벗어났지만, 미래에 어디선가 반복될지 모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각종 사이비 종교 집단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서 이어진 그것은 현실의 사건과 연결되며 거의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툼한 분량을 꽉 채우며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마이크 오머는 기자와 게임 개발자였던 이력 덕분인지 매우 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지루할 틈없이 탄탄한 서사로 군더더기없이 그려내고 있다. 'SNS 인플루언서와 팔로어', '사이비 교주와 추종자들'이라는 현대에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존재로 부상한 두 부류의 추종(following)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으니 말이다. '애비 멀린'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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