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흡혈귀전 : 흡혈귀 원정대 조선 흡혈귀전 3
설흔 지음, 고상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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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킹덤>에 K-좀비가 있다면, <조선 흡혈귀전>에는 K-흡혈귀가 있다! 이 시리즈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흡혈귀를 물리치는 열두 살 흡혈귀 감별사 소녀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그 동안 역사 속 인물과 고전을 화소로 삼아 정갈하고도 성찰적인 소설을 써 온 설흔 작가의 역사 판타지 동화이다.

 

1권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 2권 <사라진 장영실과 흡혈귀>에 이어 이번에 3권 <흡혈귀 원정대>가 출간되었다.

 

 

1권에서는 고기를 좋아하는 세종 임금이 수상한 고기를 먹고 나서 흡혈귀로 변해가는 것을 열두 살 여자아이인 여인이 구해내는 과정을 그렸었고, 2권에서는 흡혈귀 감별사 여인이 학자 장영실과 함께 흡혈귀로 변한 탐관오리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보여줬었다. 이번에 나온 3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흡혈귀들에 맞서기 위해 집현전 지하 연구소에서 흡혈귀 연구소가 탄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 동안 활약했던 여인을 비롯해 여인의 친구인 숙희, 학자인 장영실, 내관, 수석 요리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등장 인물인 여진족 퉁과 학자 성삼문이 모여 흡혈귀 원정대가 결성된 것이다.

 

임금 앞에서도 또박또박 할 말을 다하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흡혈귀들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면모를 보여줬던 소녀 여인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흡혈귀 연구소에서 만나게 된 어른들이 모두 겪었던 한 달 전의 사건을 오늘 새벽에서야 처음 알게 되어, 흡혈귀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자신했던 것에 대해 속이 잔뜩 상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흡혈귀들과의 대결에 대해서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 없어 한다. 하지만 임금은 그럼에도 여전히 너를 믿는다고, 여인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꽤 오싹하게 만드는 삽화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한다. 물론 매체의 발달로 좀비니, 흡혈귀니 하는 것들을 많이 접해본 탓에 요즘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읽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스무 고개 탐정 시리즈>의 고상미 작가가 그림을 맡아, 짙고 강렬한 연필 선 위에 피와 욕망을 상징하는 붉은색, 빛을 상징하는 노란색, 강조를 나타내는 파란색 등 절제된 몇 가지 색깔로 흡혈귀가 사는 조선 시대를 그려 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흡혈귀 박쥐 떼가 하늘을 뒤덮는 등 보다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삽화들이 꽤 있다. 표지 이미지만 모아 놓고 보더라도 꽤 섬뜩하다. 하지만 사실 어린이들이 공포물을 가장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호러, 공포 판타지 작품만이 줄 수 있는 짜릿한 스릴과 재미가 어린이들을 책과 더 가깝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특히나 이 시리즈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을 차용해 이야기를 구성한 판타지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흡혈귀전> 시리즈는 세종이라는 역사 속 인물과 흡혈귀 감별사라는 허구적 인물을 등장시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는 판타지 동화이다. 낯설고 기이한 흡혈귀의 정체만큼이나 독특한 '흡혈귀 감별사'라는 캐릭터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두 살 소녀는 아버지가 대식국 출신이라 얼굴이 검고, 눈은 파랗다. 하지만 어머니가 조선 사람이고, 조선에서 나고 자라 우리말을 무척 잘한다. 게다가 외할아버지로부터 백정 일을 배워 고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어린이가 어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부터는 함께 힘을 모아 흡혈귀를 물리치기 위해 원정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흡혈귀 감별사의 능력은 저마다 다르고, 아이들은 약한 존재이지만, 사소한 능력도 열 가지가 모이면 그 위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빛나는 힘에 대해 보여줄 흡혈귀 원정대의 다음 이야기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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