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산다 -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
주에키타로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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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일상에 쫓기며 바쁘게 살다 보니, 가끔은 '느긋하게'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여유로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체크하면서 해치워야 하는 일상과 자신만의 생활 리듬으로 천천히 생각하며 움직이는 매일은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꽤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느긋한 라이프를 즐기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라는 부제와 '느긋하게 산다'라는 제목, 그리고 쓱쓱 대충 그린 듯한 곤충 그림들과 샛노란 빛깔의 표지까지.. 이 책은 펼치기도 전에 잠시 속도를 멈추고, 쉬어도 좋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수십만 팔로워를 통해 발군의 재능을 입증해온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 주에키타로가 신개념 곤충 만화이다. 저자는 수채화풍의 독특하면서도 세밀한 그림으로 곤충 생태에 관한 묘사를 인간사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 '곤충'의 매력을 전파하는 작가다. 이 책은 2년간의 온라인 연재작 가운데 특히 화제가 된 에피소드를 엄선하고, 새로 50여 쪽을 덧붙여 완성했다. 참매미는 다가오는 여름을 위해 울음소리를 연습하고, 잠자리 유충은 잠자리가 되어 하늘을 날기 전에 물속에서 함께 했던 물방개와 인사를 나눈다. 라이벌인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는 애벌레였던 시절에 만나 번데기가 되고 성충이 되지만, 어쩐지 서로를 싸워서 이기고 싶지가 않다. 매일을 열심히 일했던 일개미는 주말 내내 푹 퍼져서 쉬다가 일요일 밤이 되자 우울해진다.

 

 

우물 밖으로 처음 나온 개구리는 뱀이라는 존재를 처음 만났기에 오히려 놀라지 않고 평온할 수 있었고, 우렁차게 우는 울음소리로 익숙한 매미 중에도 음치가 있었다는 사실, 열심히 일하는 존재의 상징이기도 한 일개미도 일하기 싫은 날이 있고,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지만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민달팽이는 새해 첫 꿈으로 멋진 집을 가지게 되는 꿈을 꾸고, 말똥구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때 친구들에게 줄 말똥 선물을 열심히 굴리고 있지만 과연 다른 곤충들도 그 선물을 좋아할 지는 의문이다. 그 외에도 송사리 학교의 날라리, 두꺼비의 육아, 베짱이의 진로 고민, 일개미의 취업 상담, 번데기의 스키점프 등 곤충들의 일상들은 우리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 있다.

 

 

만화의 등장인물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개구리와 개미, 메뚜기, 사마귀, 공벌레 등이다. 작가인 주에키타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생물 사육과 관찰을 좋아했고, 지금도 사슴벌레를 비롯해 여러 곤충을 기르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어쩐지 인간 세계에서도 이런 광경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을 의인화해서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이 만화는 곤충에게도 각각의 성격이 있고,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이 덕분에 장수풍뎅이도 키워봤고, 현재는 달팽이를 키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곤충들도 자세히 보면 저마다 성격과 행동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곤충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곤충도 있으니, 곤충사도 인간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직접 곤충을 제대로 관찰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풀숲에서 만나게 되는 곤충들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신개념 곤충만화를 통해 색다른 힐링과 위로를 느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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