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이언 위도우 : 죽음을 삼킨 여자 1~2 - 전2권
쟈오 재이 시란 지음, 심연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업보 같은 건 없어. 아니, 있더라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아. 우리 같은 사람은 그저 남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으려고 태어난 거야. 삶의 거대한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갈 여유도 우리에겐 없어. 이 세상 그 무엇도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뭔가를 원할 땐 주변의 모든 것들과 맞서 싸워서 억지로 빼앗아야 해... 우린 어차피 다 죽을 거야. 그렇다면 적어도 언제나 꿈꿔왔던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            - 1권, p.58

 

‘혼돈’이라는 지구를 침입자에 맞서 싸우기 위해 개발된 거대 전투 병기 '크리살리스'는 남성 조정사와 여성인 '첩 조종사'가 한 팀이 움직일 수 있다. 대부분의 여자 조종사는 전투 중에 희생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가족들은 죽음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사회였기에, 여성들에게 삶은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 남성의 소유물이 되거나 남성 조종사가 모는 크리살리스에게 먹히거나. 그것이 여성들의 기를 소모하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는 일부 남성 조종사들에게 향했다. 측천의 언니 역시 첩 조종사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측천은 언니의 복수를 위해 자진해서 첩 조종사로 입대하기로 한다. 언니를 죽게 만들었던 스타 조종사인 양광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첩이 되어 그의 목을 그어 버리기 위해서.

 

측천은 도착해서 치른 기력 테스트에서 무려 624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다. 인류 중 단 3퍼센트 남짓만이 500 이상을 기록하는데, 500은 크리살리스를 활성화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힘이다. 그런데 측천은 그 수치를 가뿐이 넘어선 것이다. 덕분에 무빈이 되어 죽은 언니보다 네 배는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 하지만 측천은 오로지 자신의 목적만 생각했다. 그리고 양광과 함께 탑승한 첫 번째 크리살리스 전투에서, 측천은 압도적인 ‘기력’으로 그를 파괴하고 홀로 살아남는다. 그렇게 측천은 '철의 미망인'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쓴다. 그리고 이것은 측천이 사회의 억압을 가뿐하게 이겨내고, 세상을 향해 펼쳐 보일 복수의 서막에 불과했다. 남성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측천은 전투에 나가지 않는 기간 동안 감옥에 가두어게 되지만, 더 이상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측천은 여성을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해왔던 가부장제를 산산조각 내며, 그들의 악몽이 되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 중인 줄 알아? 여성은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라는 개념은 그저 그것이 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당신들의 바람일 뿐이야. 거짓 환상이지. 그게 아니고서야 왜 그토록 기를 쓰고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지? 왜 우리 몸을 힘없이 만드는 거야? 왜 성스러움을 주장하는 거짓 도덕을 우리에게 강요하는데? 불안에 떠는 너희 남자들이 겁먹어서 그런 거잖아. 우리에게 복종을 강요할 수는 있지만, 진심으로 너희를 사랑하고 존중해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걸 내심 알고 있으니까...."            - 2권, p.133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는 미색과 남성편력으로 유명한 희대의 악녀로 알려져 그 동안 여러 작품의 캐릭터로 변주되었다. 이번에는 SF 판타지 장르에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되어 등장한다. 여자가 귀한 존재인 남자의 그릇된 반쪽인 천한 존재로 취급받는 시대에 당당히 자신의 의지대로 주어진 운명을 바꾸고, 사람들이 정해놓은 틀을 부수는 영웅 캐릭터로 거듭난 것이다. 당돌하고 무자비하며 분노하는 여성 영웅을 그리고 싶었던 저자는 역사 속에서 칭송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측천무후'를 매력적인 소녀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실제 역사 속 인물인 장이치와 이세민을 등장시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삼각 관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시상하는 안드레 노턴 네뷸러상 작가 부문 후보작에 올랐고, 2021 보스턴 글로브 베스트북과 북라이엇이 꼽은 ‘역대 최고의 공상 과학 소설 2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커다란 병기를 타고 움직이는 매카닉한 설정이 스펙타클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독특한 삼각 관계 로맨스가 극에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라라랜드, 헝거게임, 트와일라잇 등의 작품 제작에 참여한 제작사를 통해 곧 영화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볼거리까지 가득한 작품이라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야기도 매우 기대가 된다. 어디서도 만난 적 없는 여성 영웅의 통쾌한 반전 서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