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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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음속에서 뭔가가 걸렸다.
잠깐만, 가바야가 정말 그렇게 말했나? 잘 생각해보자. 정말 그가 범인을 종이에 스라고 했나? 하루나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 진상을.
맞아, 진상을 종이에 서서 넘길 것.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진다.             p.41

 

간토생명 야에스 지사의 직원들은 오늘 초긴장 상태이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겨우 목표 금액을 채웠기 때문에, 마감 전까지 1억 엔짜리 계약서를 본사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계약 건을 기다리느라 직원들 모두 지쳐 있는데다, 도착하면 도착하는 대로 마감 시간과 경쟁해야 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한편, 간토생명에서 자금을 지원해 매년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아동 뮤지컬 <에미>의 오디션 현장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인 마리카가 엄마와 함께 대기 중이다. 그 바닥에선 상당히 유명한 레이나가 뒤늦게 오디션장에 도착해 대기실이 술렁거린다. 친구이자 라이벌로 레이나를 마주한 마리카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 배역을 따낼 수 있을까.

 

젊은 관객층에게 인기가 많은 B급 할리우드 영화 <나이트메어>의 상영관에서는 다다시와 하루나가 범인을 추리하는 대결을 펼치는 중이다. 두 사람은 미스터리 동호회의 회장 자리를 두고 서로 겨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트메어>의 감독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미스터리 마니아라는데, 역시나 범인의 정체는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었다. 한편 하이쿠 동호회 모임을 위해 도쿄에 처음 상경한 할아버지 슌사쿠는 미로처럼 복잡한 도쿄역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슌사쿠를 기다리던 동호회 회원들은 겉모습부터 어딘가 심상치않은 매서운 눈매를 가진 이들이었는데, 네 노인 모두 경시청을 은퇴한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슌사쿠를 기다리다 각자 흩어져서 그를 찾아 보기로 한다. 그 외에도 배신한 연인에게 복수를 계획 중인 여자와 신작 홍보차 일본에 방문한 미국인 호러 영화 감독과 그의 반려동물, 그리고 도쿄역에 폭탄을 설치하려는 테러 조직 '얼룩끈'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 하나둘씩 도쿄역에 모여든다.

 

 

 

'아저씨, 라이터 떨어뜨렸어요."
마리카가 가와조에 겐타로의 뒤통수를 향해 그렇게 말한 순간, 눈부신 섬광이 하늘을 갈랐다.
그때, 세계가 색을 잃고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변했다. 그 흑백의 순간에 그때까지 의미 없이 제각기 흩어져 있던 뭔가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이어진 것 같았다.
그 순간, 흑백 화면으로 변한 역의 중앙광장에서 동시에 사람들이 갑자기 여러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이 순간, 그들을 강하게 연결시켰다.          p.227

 

이번에 온다 리쿠표 패닉 코미디 '도미노' 시리즈 신작이 나오면서 2001년에 발표되었던 <도미노>도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출간되었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놓쳤던 작품이라, 시리즈로 표지 디자인을 통일해 나온 이번 버전으로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복잡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도쿄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에는 우선 등장 인물이 28명이나 된다. 정확히는 27명의 사람과 1마리의 동물이다. 이렇게 캐릭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자 마자 도쿄역 지도와 등장 인물들의 한마디가 정리되어 있어 인물들의 미로 속에서 헤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될 테니 말이다.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제각각의 사건들이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면서 아슬아슬한 도미노가 만들어 진다. 일단 하나의 조각이 쓰러지면 절대 멈출 수 없는, 연쇄적으로 하나씩 쓰러지는 도미노 게임처럼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들이 끝을 향해 달려간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퍼즐 속에서 테러 조직이 도쿄를 날려버릴 계획을 세우면서 긴장감 넘치는 좌충우돌 스토리는 정점에 가까워진다. 100개의 장마다 화자를 바꾸면서 진행되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정신 없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는 작품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개성이 뚜렷한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고,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와 빈틈 없는 구성까지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가 이리도 깔끔하게 연결이 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존 온다 리쿠의 작품들에 비해 아주 경쾌하고, 색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온다 리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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