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 이제 흥미로운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비물질적인 영혼이 정말로 존재할까?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을 비물질적인 존재인 영혼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육체와 영혼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걸까? 이것이 첫 번째 질문이다. 둘째, 영혼이 정말 존재한다면, 육체적 죽음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건가? 영혼이 육체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라고 하더라도, 육체의 소멸과 더불어 사라지는 건 아닐까?          p.33

 

‘죽음 신드롬’을 일으키며 25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글로벌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 10주년 기념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인 예일대 셸리 케이건의 대표작으로,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로 손꼽히는 그의 ‘죽음’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표지 사진에서도 보여지듯이 강의 시간마다 책상에 올라가는 버릇 때문에 ‘책상 교수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케이건은 대중 철학 강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삶'이라고 부른다면,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는 방향대로 우리는 나이를 먹게 되고, 점점 노화가 진행되면서 죽음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산다는 것은 다시 말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고, 나이를 먹은 만큼 노화한 육체는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지만,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리가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영혼이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고, 죽음 이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죽음'의 실체에 대해 접근해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 살아가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은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핵심이기 때문에 삶의 방식에 전체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카프카는 말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카프카 특유의 아름답고 신비스런 표현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별로 특별한 깨달음은 아니다.           p.402

 

죽음이란 무엇인가. 영혼과 육체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 죽음이란 그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사건이다.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원론’에 따르면 우리는 육체적 죽음 이후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킬 수 있다. 영혼이 더 이상 육체를 조종하지 않더라도, 사라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반면 인간이 ‘육체’로만 이뤄져 있다는 ‘물리주의'에 따르면 육체가 인간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러니 육체가 소멸돼도 인간의 존재는 얼마든지 영속성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영혼과 육체, 인격의 각각 관점으로 인간 정체성에 관한 주장들을 살펴보고, 영화와 문학 작품들과 다양한 일상의 사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 전체 14강의 강의는 굉장히 무겁고, 깊고, 방대하며,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매 페이지마다 밑줄 그어가면서 정독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만약 나에게 주어진 생이 단 1년뿐이라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미루지 말고 읽을 것이며, 좋아하는 음식을 더 즐기고,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이니, 아마도 생각하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쫓기듯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성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목적'이며, '죽음에 본질을 이해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삶과 죽음 사이의 마지막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모든 책은 결국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추천사가 여운처럼 남는다.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기 때문에, 사는 동안 제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고, 어떤 형태의 삶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더 잘 살기 위해서인 것처럼 말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이해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