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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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풀로 덮인 둔덕에 저격수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자 가게가 아동 성착취 조직의 아지트도 아니며, 세상을 통제하는 비밀 결사 따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마크 트웨인식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다.          p.153

 

진실 마법사, 일명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500명 중에 한 명꼴로 수가 굉장히 적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피험자와 친밀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적중률이 80퍼센트 이상 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대개 중년 이상으로, 형사, 판사, 변호사, 심리학자나 첩보 요원 같은 특정 직종 출신들이다. 그런데, 진실 마법사가 되기에는 너무 어린 십대 소녀가 바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소녀는 참혹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었는데, 과거도, 신원도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법원이 피보호자가 되어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살았고, 현재는 가중 폭행이라는 죄목으로 소년원에서 보호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요청으로 한 심리학자가 그 소녀, 이비 코맥을 보기 위해 그곳을 방문한다.

 

사이러스 헤이븐은 이비만큼이나 참혹한 범죄 속에서 홀로 살아 남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심리학자이다. 자신의 형이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고, 그는 근친살인이라는 비극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이비가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했기에 더욱 그녀를 도와주고자 하고, 그녀의 보증인이자 보호자가 되기를 자처해 함께 지내게 된다. 한번 그들이 사는 저택 근처에서 한 유명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소녀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사이러스 헤이븐은 범죄심리학자로 경찰의 수사를 도왔고, 살해된 소녀를 둘러싼 밝혀지지 않은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 이비는 자신의 능력으로 수사를 도우려 하는데, 과연 이들은 온통 추악하고 의심스러운 의혹으로 가득한 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니까."
나는 입 모양으로만 소리 없이 '집'이라고 말해본다. 단순한 개념이지만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집은 장소인가? 언어인가? 문화나 기후나 지형인가? 사람들은 집을 떠나 향수병을 앓고 노숙자가 된다. '집'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른가? 그 의미는 각자가 만들어가야 하는 건가? 그게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어주나?         p.508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들은 국내에 꽤 많이 출간되어 있는 편이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6권, 스탠드 얼론으로 2권이 나와 있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새로운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사이러스 헤이븐이라는 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로 현재까지 총 3권이 나와 있다.  마이클 로보텀은 시리즈의 첫 작품인 <굿 걸 베드 걸>로 골드 대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의 후반부에 잠깐 언급이 되는데, 조 올로클린이 사이러스 헤이븐의 대학교 스승이라고 하니,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는 함께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그 재미와는 별개로 두툼한 두께만큼이나 느린 이야기 진행으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면,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는 앉은 자리에서 백여페이지를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진 ‘진짜 페이지 터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구성, 문장, 복선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데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상대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십대 소녀 이비 코맥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히로인 리스베트만큼이나 강렬한 마력을 발산한다. 과거의 트라우마와 특별한 능력,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비밀까지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올로클린이 파킨슨병을 앓는 심리학자로 육체와 정신 모두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는 캐릭터였다면, 사이러스 헤이븐은 어린 시절 근친살인이 일어난 집에서 홀로 살아남아 엄청난 지옥을 경험했던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리하여 시리즈를 지속시키는 캐릭터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8년 <The Other Wife>이후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신작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이후로 로보텀은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 세 편을 매년 출간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어지는 작품인 <그녀가 착했을 때 When She Was Good>, <당신 옆에 누워 Lying Beside You>는 원서로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원서를 천천히 읽어 내는 동안, 번역본이 국내에 빨리 나와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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