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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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는 피해자에게 감옥이 된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를 끝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서적 학대는 피해자를 무너뜨린다. 피해자는 그 결과 자신감과 용기를 잃게 되며, 심지어 삶에 대한 의지를 잃기도 한다. 감옥의 목적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가두고, 벌주고, 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서적 학대 피해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그러므로 처벌을 받을 이유 또한 없다. 정서적 학대를 겪고 있는 당신이 이 중요한 사실을 깨우치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표다.        p.25

 

얼마 전에 아주 충격적인 뉴스 보도를 봤다. 전 직장 동료를 감금해 낮에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돌보게 하고 밤에는 성매매를 시킨 40대 부부가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이었다. 보도된 내용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정상적인 성인 여성을 삼 년 넘게 이런 식으로 가스라이팅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는 검거된 부부의 권유로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결혼까지 했고, 이들로부터 폭력과 감시를 받았으며, 수천여 차례 성매매를 하고 그 돈까지 모조리 빼앗겼다고 한다.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의 최고 악질적인 단계가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정신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하며 이런 무시무시한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세계적 권위의 35년 경력 전문 심리치료사 비벌리 엔젤은 수없이 많은 학대 피해자들을 마주하며 ‘정서적 학대’를 다룬 책을 네 권이나 펴냈다. 국내에도 여러 권 번역 출간이 되어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 동안의 책들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이다. 정서적 학대 사례들과 상담 경험을 토대로 피해자들의 심적 치유를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을 총정리한 ‘완결판’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이 자신이 지금까지 쓴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거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당신은 아마도 파트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의 감정을 살피는데 익숙할 것이다. 또 파트너가 살아온 고통스러운 인생에 대해, 그리고 그가 매일 마주하는 고난에 대해 깊은 연민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런 연민의 마음을 품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고난은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왔을 것이며, 무시하고 상처주고 학대하는 파트너의 행동 때문에 받은 당신의 고통은 별 것 아니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나의 바람은 그 연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p.221

 

사실 정서적 학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가장 알아보기 어려운 학대에 속한다. 너무도 교묘해서 피해자인 당사자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피해 자체를 부정하며 착각이라 믿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정서적 학대 사실을 깨달은 후에도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피해자가 더 많다. 바로 지독하고 유해한 수치심 때문이다. 정서적 학대를 알아채고 그로 인한 피해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치심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도 피해자가 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이 됐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이 책은 알려준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학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해한 후, 필요한 전략을 활용하여 학대적인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이자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주기, 깍아내리기, 폄하하고 비하하기, 반복적으로 과거의 실수 들이밀기, 부정적인 방식으로 타인과 비교하기 등은 모두 심한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서적 학대이다. 언어폭력은 종종 '조언'이나 '충고'의 탈을 쓰고 있기에, 피해자로 하여금 그것이 학대라는 것을 눈치챌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가스라이팅은 성범죄, 데이트 폭력의 일환으로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기도 하고, 가정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도 조명 받고 있어 점차 주위에 만연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내가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가 되었을 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이 정신적 학대의 피해자인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피해자가 겪는 대표적인 증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실제 사례와 더불어 스스로 삶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자기강화 훈련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정서적 학대 피해자들에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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