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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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의 방법론이 인지와 음악적 경험에도 적용되면서 지난 20년간 인간의 행동에 관한 연구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는 작동 중인 뇌를 실제로 볼 수도 있고, 특정 활동을 하는 동안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지도로 작성할 수도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와 더불어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생각을 할 수 있게 적응했는지 밝히고, 뇌가 지금처럼 진화한 이유에 관한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나는 이런 관점을 음악, 뇌, 문화, 생각에 관한 의문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p.24

 

어느 문화권이든 엄마들은 아기를 재울 때 자장가를 불러준다. 세상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십대들은 힙합과 랩 음악을 듣고, 사랑에 빠져 있거나 이별의 슬픔에 괴로워하는 이들 곁에도 항상 음악이 함께 한다. 카페나 마트에서도 종일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동하는 시간 동안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이렇듯 우리의 삶 어디에나 있고, 또 아주 머나먼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은 인간 진화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이 ‘음악’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종과 구분해주고, 인간이 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음악적 뇌’, 즉 ‘음악본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수만 년간 인류가 거주하는 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던 음악과 뇌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며,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여섯 가지 노래가 인간의 문명을 만들어온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가 음악 프로듀서 출신 뇌과학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과 연구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인류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모두 인간의 기원을 연구하지만 그 요소 중 음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음악이 인간의 기분과 뇌의 화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백히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수만 년에 걸쳐 인류가 거주하는 여섯 개 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던 음악과 뇌의 진화에 대해 짚어 본다. 음악이 어떻게 인간 본성의 발달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인간의 음악은 위계 구조와 복잡한 구문을 갖고 있고 우리는 이런 제약 안에서 작곡한다. 음악은 언어나 종교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과 공유하는 요소와 인간만의 요소를 두루 갖고 있다. 인간만이 특정 목적을 가진 노래, 다른 노래에 들어 있는 요소로 이루어진 노래를 작곡할 수 있다. 인간만이 거대한 레퍼토리의 노래가 있다(일반적인 미국인은 천 개가 넘는 곡을 손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인간만이 여섯 가지 형태에 해당하는 노래들의 문화적 역사가 있다.        p.330

 

우울할 때는 왜 슬픈 노래를 듣게 될까? 언뜻 생각하면 슬픈 감정은 행복한 음악을 들어야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들이 구구단이나 알파벳을 외울 때 리듬을 붙여서 노래하는 이유는 뭘까. 보통 엄청난 길이의 글을 정확하게 기억할 때를 보면 음악을 입힌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다 같이 응원가를 부르면 왜 하나 된 기분이 들까? 전쟁터에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이유는 뭘까? 기억을 잃은 노인이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에는 반응하는 까닭은 뭘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음악적 뇌'에서 비롯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음악은 언어, 대규모 협동 작업,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보의 전달 등 복잡한 행동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 주었다.

 

멜로디가 있든 없든, 가사가 있든 없든 세상의 모든 음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고, 서로 가까워지게 해준다. 우리는 글자나 셈을 배울 때 노래를 통해 배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동요든, 민속 음악이든 간에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매일 새롭게 발명되고, 진화해오고 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 준다. 그러한 음악이 인류 문명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음악이 어떻게 사회와 문명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는지 이 책을 통해 만나 보자. '음악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추천평처럼 음악의 가치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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