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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의 목소리 1~3 세트 - 전3권 (완결) - 탑꾸 세트(포토카드 4종 + 탑로더 1종 + 스티커 1종)
정해나 지음 / 놀 / 2022년 10월
평점 :
어떻게 사랑을 공평하게 줄 수 있나요?
당연히 저런 사람들보다 다윗이를 더 사랑하셔야죠.
만약 하나님이 다윗이를 지옥에 떨어뜨린다면
난 하나님과 싸울 거예요.
싸우고 이겨서 다윗이를 꺼내 올 거예요. - 1권, p.211~213
재미있다고 장안에 소문이 자자한 작품! <요나단의 목소리> 3권을 '오열단의 목소리'로 받아 보았다. 보라빛의 박스부터 파스텔 톤의 띠지까지 아주 예쁜 책이다.
독립연재 플랫폼 딜리헙에서 거친 스케치처럼 다가오는 작화로 연재되기 시작한 이 작품은 자극적인 소재 하나 없이 입소문의 힘만으로 크라우드 펀딩 대박에 이르렀다. 단행본 출간 문의가 빗발쳤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원작자에 의한 수채화 채색을 입고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기독교 학교에 진학한 의영은 조용한 성격의 모범생 선우와 룸메이트가 된다. 기독교계 사립학교였기에 매주 월요일마다 의무적으로 채플에 참석해야 했는데, 거기서 의영은 성가대로 노래를 부르는 선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천사 같은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어쩐지 노래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선우는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늘 공부만 한다. 그저 평범하고 밝게 자란 의영은 매사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선우가 신기하게만 보인다.
이야기는 고등학생이 되어 룸메이트가 된 두 사람 선우와 의영의 현재와 중학생 시절 선우와 단짝이었던 두 친구 다윗과 주영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과거가 교차 진행된다. 신을 믿지 않는 의영이 관찰자처럼 선우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저 교회를 다닌 정도가 아니라 교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우의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 선우가 천국과 지옥과 죽음 뒤에 가게 될 세상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알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치열하게 거짓말을 해야하는 삶을 이해할 수 없다. 종교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보통의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과 학교 생활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쓸쓸하지만 따뜻하고, 기독교 퀴어 청소년이라는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을 조금도 멀게 느껴지지 않도록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난생처음으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기분이 아니라 진짜 통증이었다.
윗가슴을 짧게 쥐어짜고
긴 슬픔을 남기는 일이었다. - 3권, p.146~147
소설이든, 만화든 종교색이 짙은 작품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별히 종교가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종교가 소재나 배경이 되면 분위기가 그쪽으로 치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사실 <요나단의 목소리>는 제목에서부터 명백히 종교의 색채를 띠고 있는 만화이지만, 작품에 대한 정보없이 만나게 되어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 보니 놀랍게도 전혀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없었다.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매주 채플이 있고, 성가대가 있는 등 실제 어릴 때부터 기독교 문화에서 살아온 이들만 알 수 있는 디테일들이 가득하지만, 전체 이야기는 비종교인이 읽어도 충분히 보편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이런 경험 해보지 않았을까. 꼭 선우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감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랑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감정의 단계들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 간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시절의 소중했던 마음들을 환기시키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느낄 일 없는 기분, 내 시간보다 조금 이른 질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고민을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마음이 아팠다.
<요나단의 목소리> 세트 구매 시, 탑꾸 세트를 받을 수 있다. 포토카드 4종 + 탑로더 1종 + 스티커 1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티커는 2가지 중에서 랜덤으로 하나가 발송된다. 어느 새 12월이 되었고,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며 연말 선물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책 선물은 웬만큼 책을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오히려 부담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 걱정 없이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캐릭터의 매력이 충분한 작품이라 포토카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게다가 박스 세트로 구성된 책이 일단 아주 예쁘고, 만화라서 책에 익숙하지 않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는 섬세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이니 말이다. 쌀쌀한 날씨에 옆구리 시린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 직장 동료들을 위한 연말 선물로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