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샤의 후예 2 :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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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를 털어놓고 나자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 내가 내뱉은 진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나는 한숨을 내쉰다.
"아빠의 죽음, 티탄들, 쫓기는 마자이들, 그리고 고국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의식을 치른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마법이 왕국 전체를 파괴해 버린 것 같아요. 오히려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잖아요." 헝겊의 물기를 따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마법이 돌아왔지만 이제는 마법을 원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원하지 말았어야 했어."
        p.38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낸, 매우 놀라운 마법의 세계를 보여주는 오리샤의 후예,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전편에서는 사라진 마법을 되찾기 위해 마자이인 제일리와 코시단인 오빠 제인, 그리고 오리샤의 공주 아마리가 전설의 사원으로 향하는 모험기를 그렸었다. 그 과정에서 제일리는 아빠를 잃게 되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마법을 되찾았다. 하지만 마법이 돌아온 오리샤 왕국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긴다. 바로 마자이 선조가 섞인 귀족들도 마법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전편에서 오리샤의 왕자인 이난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마법을 되찾은 마자이들은 라고스로 몰려가 궁전을 습격한다. 그들은 혁명이라는 뜻의 '이위카'라는 이름의 무리였다. 한편, 이제 전체 인구의 8분의 1이 마법을 가지게 되었다. 그 가운데 약 3분의 1은 '티탄'으로 저마다 열 개의 마자이 부족 중 한 부족과 비슷한 마법을 가졌다. 전편의 의식 이후 귀족과 군인 가운데 새하얀 한 줄기 머리카락을 가진 티탄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힘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꽤 강력하다. 게다가 이난을 비롯해서 아마리와 왕비까지 티탄이었다. 특히 왕비는 다른 티탄들의 핏줄에서 아셰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가 되어 제일리 일행을 위협한다. 제일리는 연인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고, 마자이를 몰살하려는 적들로부터 자신의 부족을 지켜야 한다. 아마리는 왕위에 올라 여왕이 되어 수많은 오리샤인들이 수십 년에 걸쳐 겪어온 폭력과 박해의 이야기를 끝내고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아버지의 통치 방식에 의구심을 품었던 왕의 아들 이난은 전편에 이어 여전이 자신이 주입받아온 가치관과 신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되고자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조금씩 오리샤의 새로운 미래가 탄생하기 시작한다.

 

 

 

"왜 도망가야 하죠? 왜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나요? 우리는 마젤리의 죽음을 되갚아 주고 우리의 집을 지킬 수 있어요."
눈앞에서 아마리가 전세를 바꿔 놓자 나는 얼이 빠진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사령술사들조차도 복수를 부르짖는 그 애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아마리는 허공에 주먹을 날리며 소리친다.
"일어납시다!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 전쟁을 끝냅시다! 우리는 함께 승리할 수 있어요! 그바 응칸 와 파다!"             p.414

 

이 작품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발표 당시 현지에서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판타지 버전으로 평가 받았다고 한다. 사실 현실에 대한 은유가 아니더라도, 그저 판타지라는 장르로만 읽어도 매우 뛰어난 재미와 작품성을 지니고 있는데, 작가는 서문에서 이 작품이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알레고리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지만 여전히 사회 주류는 백인 남성이고 수없이 많은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고 있는 곳이다. 소위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인종•계층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사회 곳곳에서 차별로써 존재하며, 수많은 범죄와 부작용을 야기한다. 그리하여 아직도 무장하지 않은 흑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경찰의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현대사회 내 차별과 혐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편견과 무관심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 흑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꽤 읽어 보았지만 재미 면에서는 토미 아데예미의 작품을 따라올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읽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아프리카의 어디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검은 마법사들의 왕국, 그 동안 만나왔던 그 어떤 판타지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더욱 어둡고, 더욱 아름다운 마법의 세계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지 매우 기대가 된다. 게다가 이 작품은 현재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3권 『Children of Anguish and Anarchy』는 2023년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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