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저택의 비밀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2
해리에트 애쉬브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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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혼란의 연속으로서 거의 난리법석이었다. 무명의 시골 보안관이 경찰 생활에서 유일하게 맞은 살인 사건을 상대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를 도울 정밀한 범죄 추적 장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수하로 부릴 경관들도 전혀 없었다. 사진사도, 지문 전문가도, 검시관도 없었다.
아들인 비벌리, 그리고 너무 협조적이어서 오히려 혐의에서 전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한 젊은이만이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집안의 모든 이들은 망연자실한 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p.37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해리에트 애쉬브룩은 클래식 추리소설의 황금기에 여러 작품들을 남겼던 작가였다.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였지만, 한 세기가 지나서 진정한 추리소설 애호가들에게 재평가받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스파이크 트레이시라는 자유분방하고 어설픈 청년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는 일곱 편이 출간되었는데, 이 작품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은 <세실리 테인 살인 사건>, 두 번째 작품은 <스티븐 케스터 살인 사건>이고, <샤론 저택의 비밀>이 그 세 번째 작품이다.

 

스파이크는 뉴욕 지방 검찰청 검사를 형으로 두고 있지만, 자신은 즐거움을 탐닉하고 한탕주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특유의 사교성과 매력으로 런던과 파리, 비엔나 등을 누비다가 우연히 뉴욕 경찰청의 굵직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며 아마추어 탐정의 길을 걷게 된 캐릭터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버몬트 산골을 지나다가 자동차 고장으로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우연히 질 제프리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제안으로 언덕 위 저택으로 초대를 받게 되어 그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는데, 그날 밤 저택의 주인이자 그녀의 후견인인 시구르드 샤론 박사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에서 말이 되는 건 하나도 없다고요." 스파이크가 쏘아붙였다. "이건 논리학과 합리성의 모든 법칙을 거역하는 거예요. 내가 아직도 확신하는 단 한 가지 영원한 진실은, 지각이 있어야 하는 당신 같은 영감쟁이도 예쁜 얼굴을 보면 혼란에 빠진다는 겁니다."
실콕스는 자신에게 덮어씌워진 악랄한 혐의가 재미있다는 듯 담배를 피우면서 웃기만 했다. 그러나 곧 그 웃음은 사라져갔고 예리한 추측의 표정이 서서히 그 자리를 차지했다.        p.183

 

심심할 정도로 지독하게 단조로운 일상이 이어지는, 범죄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30년간 열심히 추리소설을 읽어온, 시골 마을의 보안관 에브라임 실콕스는 생애 첫 살인 사건을 맡아 무료한 경찰관 생활에서 벗어나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한편,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에 참견하고, 부르지도 않은 곳에 불쑥 끼어드는 것으로 유명한 젊은 청년 스파이크에 대해 알게 된 실콕스 보안관은 그를 특별 보안관보로 임명하며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고립된 이 저택에 있던 사람들은 성격이 극과 극인 쌍둥이 자매인 당돌하고, 열정적인 질 제프리와 조용하고 상냥한 메리 제프리, 간호사 미스 윌슨, 하인인 헨리 욘슨과 그의 덴마크인 아내뿐이었고, 사건은 전형적인 밀실 살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에 빠지고, 그들은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의심스러운 용의자의 매혹적인 모습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면서 그 와중에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시키느라 바쁜 스파이크는 기존에 보아왔던 탐정 캐릭터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저래가지고 어디 사건 해결을 할 수 있겠나 싶은 어설픈 모습과 냉철하고 예리하게 핵심을 찌르는 면모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허술함과 건방진 모습을 오가며 색다른 매력으로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시리즈가 일곱 편이나 출간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서 밝혀지는 엄청난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향하게 되는데, 웬만한 추리 소설의 반전 못지않게 충격을 안겨준다. 고전 추리 소설은 지루할 거라는 편견을 깨주는, 아주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해리에트 애쉬브룩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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