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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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에 대한 외침'을 '정당함에 대한 요구'로 바꿔서 보면, 지금까지 공정성 이슈를 제기한 젊은 세대의 주장이 단순하고 명쾌해진다. 그들은 특별한 대우나 철학적인 깨달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살면서 DNA 안에 축적해온 '정당한 것을 요구하라'는 감정 반응을 자연스럽게 드러냈을 뿐이다. 그저 '반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들은 부당함을 거부하는 현세대의 요구를 '삐딱한 공정성을 요구하는 세대'로 포장해 여론을 이끌고 있다.         p.40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 가치로 부상한 것이 바로 '공정'이다. 하지만 공정이라는 단어는 21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신조어가 아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어느 사회에서나 기본 상식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이 2020년대의 시대정신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공정 이슈가 젊은 세대라는 키워드와 결합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기성세대와 MZ세대, 이대남과 이대녀 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젊은 세대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세대 갈등이 있어 왔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대론'이라는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임홍택 저자는 이 책에서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기존의 공정 논의에서 '지금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공정의 기준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요구하는 것이 진실된 공정이냐 거짓된 공정이냐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정이란 단어를 꺼내게 된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하지 않다'는 표면적 외침의 이면에는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정당하지 않다'라는 의미를 가진 '부당'에 대한 담론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세대의 변화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시대 변화에 방점을 찍고, 특정 세대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당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줄 서기는 모두에게 공평할 뿐만 아니라 방식 또한 정의롭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관계없이 감히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흔히 줄 서기를 가장 기본적인 사회 공정의 축소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줄 서기를 하면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냥 줄을 서면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처럼 당연한 줄 서기의 원칙이 훼손되면 어떻게 될까.         p.249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서 '권모술수 권민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인물이 '공정'에 대한 대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우영우 변호사가 매번 우리를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가 우영우 변호사를 공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오히려 (약자인 우리가)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배려하고 도와야 한다"면서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권민우라는 캐릭터가 공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캐릭터인 것은 분명하지만, 권민우에 대한 비판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권민우라는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장애인이 취업 문제로 차별을 받는 것은 사회적 문제이지만, 극중 우영우가 특혜를 받은 것은 개인의 문제이니 말이다. 이 책에는 드라마 속 에피소드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게 되는 부당함의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다. 현세대에게 공무원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공직 생활에서 겪는 부당성에서 비롯되었고, 출산율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 역시 부당함 때문이다.

 

줄 서기와 같이 가장 공정에 가까운 방식을 어떻게 시스템에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스포츠 경기에 적용되는 기본적 수준의 ‘공정’을 우리 사회에 접목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간 우리가 찝찝해하면서도 그러려니 지나쳐왔던 수많은 반칙들을 되짚어보고, 특정 세대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당함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젊은 세대들이 외치는 '공정하지 않다'는 '이것은 옳지 않고, 부당하다'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잊지 말고, '부당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언어로 공정성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세상을 조금 더 공정하게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모두 함께 세상의 부당함에 저항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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