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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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아.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문자 옆에는 까맣게 파인 커다란 눈구멍과 치아가 있는 회색빛 해골 이모티콘이 있었다.
근육이 긴장했다. 심장이 빨라졌다. 당황스러웠다. 작은 욕실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혔다. 자욱한 김이 습하고 뜨거웠다. 뚜껑이 덮인 변기 위로 주저앉았다. 맥박이 귀에 들릴 정도로 크게 뛰었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앞의 글자들을 다시 쳐다봤다. 잘못 읽은 게 분명하다.           p.81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메러디스와 그녀의 여섯 살 난 딸 딜라일라가 사라진다. 메러디스의 남편 조시는 네 살 아들 레오를 데리고 이웃들을 찾아가 보지만, 그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메러디스와 가까웠던 이웃 케이트는 연락이 안 된다는 소식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왜냐하면 바로 열흘 전 저녁, 조깅을 하러 갔다가 실종된 젊은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실종되었던 여성이 시체로 발견되고, 메러디스가 그녀의 출산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메러디스는 시내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요가 강사로 일하며, 출산 도우미 일도 함께 병행하고 있었다. 케이트는 메러디스가 걱정이 되어 혼자 조사에 나서고, 그녀가 출산을 도와 주다 산모와 의사의 의료 분쟁에 휘말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사라진 것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현재와 11년 전 과거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과거의 장면들은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사라진 시기인 5월의 케이트의 시점과 실종 2개월 전인 3월 메러디스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보여진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현재 시점인데, 현재는 열다섯 살이 된 레오의 시점이다. 바로 11년 전에 사라졌던 누나 딜라일라가 다시 돌아온 뒤에 벌어지는 일들이 현재의 주요 스토리이다. 메러디스는 당시 죽은 채로 발견되었었고, 딜라일라는 그 동안 계속 실종상태였다가 이제야 다시 돌아온 것이다. 대체 과거에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 사고가 벌어지고 얼마나 지난 건지, 운전을 해서 얼마나 온 건지 전혀 가늠이 안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더 깊숙한 숲으로 옮기는 와중에 셸비가 자꾸 손아귀에서 미끄러졌다. 손이 젖어 사람의 발목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발목이 손에서 자꾸 빠져나갔다. 땅이 질었다. 비아와 나는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진흙에 발이 빠졌다.
여기서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p.374

 

<굿 걸>, <디 아더 미세스>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메리 쿠비카의 신작이다. 전작에서 정유정 작가가 극찬을 한 추천평으로 화제를 모았었는데, 이번 신작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전작은 꽤 두툼한 페이지를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시키면서 후반부에 전체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한 방이 있었다. 꼼꼼하게 설계된 복선들이 구석구석 포진하고 있었으며, 독창적인 구성과 플롯이 탄탄한 재미를 선사했었다. 이번 신작 역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미스터리를 만들어 간다.

 

어느 날 갑자기 메러디스의 핸드폰으로 온 의문의 문자.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아.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처음에 그녀는 잘못 온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협박성 문자는 계속 되고, 메러디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은 나쁜 짓을 한 적도 없었고, 무척이나 양심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 누군가는 그녀에게 악의를 품고 있었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사건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후반부의 전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에 이르게 된다.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메리 쿠비카는 특히 여성들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잘 그려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임신과 산부인과 진료라든가, 학부모 커뮤니티 내의 신경전 등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들에 대해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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