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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6
마르틴 스마타나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발음하기도 어려운 '볕뉘'라는 단어는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그늘진 곳에 비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이라는 사랑스러운 뜻을 담고 있다.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렇게 잠시 스쳐지나가는 따스함이야말로 오늘을 버티게 하고, 내일을 또 달려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일 것이다. 우울하고 나쁜 소식들이 가득한 뉴스 속에서, 아주 작은 선행, 소소하지만 선한 마음 들이 그 모든 슬픈 이야기를 상쇄시켜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의 작가인 마르틴 스마타나는 헌 옷과 천을 활용해서 그림 작업을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다. 크레용, 색연필, 물감, 혹은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헌 옷과 쓰다 버린 천을 활용한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그림이라니 낯설지만 독특하고 신기했다.
일반적인 그림들과는 다르게 입체감이 있는 그림들이라 더 생생하고 따스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작가는 이러한 그림들과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좋은 소식들을 함께 엮었다. 그러니 이 책에 수록된 50가지 따뜻한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로 벌어진 것들이다. 몇몇은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였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싶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거리를 청소하는 한 환경미화원은 버려지는 책들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한 권씩 모으기 시작한다. 버려진 책들은 시간이 흘러 25,000권이 넘게 가득 쌓였고, 그는 자신의 집 1층을 가난한 어린이들이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책을 사 읽을 수 없는 이들 누구나 와서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사는 열 살 소년은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 운항이 모두 취소되었고, 소년은 아빠와 손을 잡고 93일 동안 무려 2,700여 킬로미터를 걸어 런던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보고 싶었던 할머니 품에 안겼다.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서점에 오기 어려워지자, 슬로바키아 질리나의 한 서점 주인은 직원들과 함께 자전거와 스쿠터를 타고 독자들에게 직접 책을 전달해 주었다. 덴마크와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강에서 즐길 수 있는 카약을 공짜로 빌려준다. 단, 카약을 타며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환경도 살리고, 무료로 카약도 탈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유래 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힘겨워 할 때 한줄기 햇볕처럼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헌 옷과 천을 오려 붙여 만든 패브릭 콜라주로 표현한 그림들이라 더욱 포근하게 느껴졌다. 쓰던 천과 입던 옷을 사용해 만들어진 그림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세밀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패브릭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림에서 다양한 촉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작은 보풀로 표현한 눈송이, 솜털을 뭉쳐 표현한 산 정상, 니트 직물의 결로 표현된 논과 밭의 풍경, 청바지를 조각내 이어 붙여 탄생한 마을 광장 등 헌 옷과 천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이토록 다양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에 가려 잘 들리지 않기 마련이지만, 사실 세상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