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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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날 지켜"
그렇게 중얼거리자 거울 속의 장미꽃잎 갚은 입술이 예쁜 호선을 그린다. '복수를 위한 재탄생 프로그램'은 완벽히 성공했다. 예전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길을 가면 누구나 돌아보고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마 학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예쁜 여자아이가 살기 어린 얼굴로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읊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p.52

 

단짝 친구인 민선과 태희는 친구들에게 돼지 1, 돼지 2라고 불릴 정도로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주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회장에 모범생, 상냥하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많은 호태가 민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일진들이 괴롭히는 순간에 나타나 구해주고, 폰 번호를 물어보고, 선물을 건네면서 말이다. 전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면서 사귀자고 고백하는 호태에게 설레어 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다 호태와 일진 일당들이 꾸민 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믿었던 상대한테 배신당했을 때의 절망감을 구경하기 위한 거짓 고백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 모든 연극의 배후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태희가 있었다는 사실에 민선은 더욱 충격을 받는다. 일진들의 셔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태희가 민선을 대신 팔았던 것이다. 결국 민선은 치욕감을 견디기 힘들어 학교에서 도망쳐 집 안에 자신을 가두고 만다.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아무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살을 빼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그들 앞에 나타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과연 민선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넌 어떻게 하는 말마다 사귀자로 끝나냐?" 여빈이 쏘아붙였다.
"아무것도 안 해 주고 사귀면 좀 그런가? 그럼 나랑 사귀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게."
"진짜?"
'죽어 달라고 하면 죽어 줄 거야?'
웃는 얼굴 뒤에 숨어 있던 여빈이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졌다.            p.120

 

이 작품은 톡톡 튀는 트렌디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난 유튜브 채널 ‘치즈필름’에서 만든 웹드라마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50만 뷰, 누적 50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를 일으킨 웹드라마 계의 전설적인 시리즈다. 책으로 재탄생한 <복수여신>은 두 편의 미공개 번외편을 수록하고 본문 곳곳에 풀컬러 일러스트를 담아 소장 가치를 높였다. 초판 한정으로 두 주인공의 포토카드와 탑로더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사실 웹드라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가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개연성보다는 빠른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이 더 중요하고, 세심한 심리 묘사보다는 생생한 캐릭터의 매력 구현에 더 치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웹드라마는 한 회당 러닝타임이 10분~12분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일반적인 소설의 문법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주인공이 예뻐져서 나타나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은 여타의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곤 하는 일종의 클리셰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변신한 여주인공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괴롭혔던 일진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반하면서 비슷한 패턴으로 쉽게 복수의 서사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반전은 생각보다 빨리 등장한다. 예쁜 일러스트들이 학원 로맨스물을 기대하며 읽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웬만한 스릴러 못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작품에는 클리셰를 뒤집는 특별 번외편이 수록되어 이미 웹드라마로 이 작품을 봤더라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하게 될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번외편이 원작보다 흡입력 있는 매력을 선사할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은 소설로 꼭 만나 보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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