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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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하나씩이라도 괜찮으니까 일이나 회사, 주위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서 좋아해 봐. 그러면 자연히 좀 더 알고 싶어질걸? 뭐든 괜찮아. 모처럼 연이 닿아서 다이한에 들어왔는데 일도 회사도 사람도 좋아하지 못하면 아깝잖아."
그 말 그대로였다. 울든 웃든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낸다. 괴롭게 일하면 인생의 대부분을 괴롭게 흘려보내는 셈이 된다. 나는 하루에 하나씩 회사나 주위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기로 결심했다.        p.91

 

리카는 대형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특별히 출판업계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이나 독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합격했던 다른 회사보다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선택한 곳이었다. 1개월에 걸친 신입 연수가 끝나고, 부서 배치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리카는 본사나 도쿄 근교 지점이 아니라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가게 되었다.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만 살아왔던 리카는 평생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낯선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에 대한 자신감은커녕, 의욕도 많지 않았고, 책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리카에게는 모든 일들이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그러다 잘해보려고 시도한 일이 큰 실수가 되어 버리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리카는 마음속에 계속 담아 왔던 것을 상사에게 말해 버린다. 그리고 그 일은 리카가 고바야시 서점으로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의 고바야시 유미코 사장에게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모두 배우게 된다. 작은 동네 책방을 담당하게 된 리카는 이후로도 고민이 생겼을 때마다 고바야시 서점을 찾아 가고, 유미코 씨는 자신이 왜 서점을 물려 받게 되었는지부터, 왜 서점에서 우산을 팔게 되었는지, 큰 이벤트를 열었던 경험, 도둑이 들어 주위 사람들의 고마움을 깨달았던 경험, 작은 동네 서점으로 아마존을 이겼던 경험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렇게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점점 더 용기를 얻게 되고, 어수룩한 신입 사원에서 회사의 에이스 직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상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처음부터 자기를 낮게 말해서 방어벽을 치는 거예요...... 참 약았죠."
"약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좋은 대학을 훌륭하게 졸업해서 큰 회사에 입사한 걸로 충분히 대단한걸."
..... 유미코 씨와 대화하면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나여도. 어느샌가 고바야시 서점은 나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p.115

 

고바야시 서점은 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이다. 1952년부터 약 70년 동안 운영되어 온 일본 아마가사키시의 작은 서점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이래로 4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서점을 운영해 온 유미코 씨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의 저자인 가와카미 데쓰야는 '서점에서 정말 있었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라는 책을 쓰기 위해 전국의 여러 서점에 취재를 다니다,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유미코 씨가 들려주는 일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서점을 넘어서, 모든 업종에 공통되는 '일의 기본'이라 할 만한 것이 담겨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언젠가 고바야시 서점의 에피소드만으로 책 한 권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특별한 목표 없이 취업 준비를 하다가 관심도 없는 회사에 입사한 사람들이 어디 리카뿐이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이 그렇지 않을까.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꿈에서 멀어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의 만족은 사라지고 말게 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충 매일을 살 수는 없다. 이 작품 속 리카가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누구라도 잘 모르는 분야에서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히나 이 작품 속에는 출판업계의 많은 부분들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어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금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그야말로 '힐링 소설'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을 만큼 마음 따뜻해지고, 든든하게 위로가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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