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카페 - 350년의 커피 향기
윤석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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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 아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또 커피하우스를 세계 최초로 오픈한 것도 아니지만 카페 문화를 세계 최고의 형태로 키운 파리에서 카페는 파리 사람들의 삶의 전체 방식을 대변한다. 파리의 카페들은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대성당만큼 의미가 있으며 파리라는 도시의 모습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파리는 카페의 대명사가 되었고 카페 하면 파리를 떠올린다.          p.24

 

헤밍웨이를 비롯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의 카페들을 전전하며 글도 쓰고, 친구들도 만나고, 커피와 술을 마셨다. 덕분에 파리의 카페라고 하면 대부분은 고흐의 그림에서 보았던 '노천카페'를 먼저 연상할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되면 공항에 도착해 제일 먼저 이동할 장소가 파리의 오래된 카페였다. 왜 파리에는 노천 카페가 많은 걸까, 또 대부분의 카페에서 커피와 차 외에 맥주 같은 주류와 함께 간단한 식사도 제공하게 된 이유도 궁금했다. 유서 깊은 카페들도 직접 가보고 싶은 만큼 정보를 얻고 싶었으며, 파리의 카페들과 함께 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3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파리의 카페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차원이 다른 카페 문화를 이끌어 왔다. 무엇보다 세계 미술사와 문학사에서 새로운 사조와 걸작품들을 창조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가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파리를 방문해 도시 곳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파리의 유서 깊은 카페들을 소개하고 있다.

 

 

 

헤밍웨이는 그의 파리 회고록 <움직이는 축제>에서 1920년대 당시 카페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대부분 글 쓰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개인적인 카페를 그들 구역에서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한, 책을 읽기 위한, 자기들의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그런 카페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애인과 만나는 카페는 따로 두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또 다른 카페, 중립적인 카페를 갖고 있다. 거기서 그들은 애인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p.246

 

우선 세기별로 그 시대 가장 유명했던 파리 카페들을 별해 셀럽들과의 관계, 카페 분위기 등을 담았다. 그리고 파리에 처음 카페가 생겨난 이후부터 현재까지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만한 카페들을 샅샅이 소개해주고 있다.

17세기부터 시작해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거치고, 파리 카페의 황금시대였던 19세기를 지나, 인상파 화가들의 아지트가 되었던 몽마르트르의 카페들을 거치고, 20세기 현재의 파리 카페들 모습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파리 카페의 역사를 읽다 보면, 이곳들은 단순히 커피나 음식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술가들에게는 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이자, 만남과 사교와 교류의 공공장소였던 것이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것은 '100년 이상 된 파리 문학 카페 방문기'였다. 1826년에 오픈한 초록색 차양으로 단장한 아주 큰 카페인 '카페 드 라 페'는 지하철 오페라역을 나오면 바로 옆에 있다고 하니 찾아 가기도 쉬울 것 같았다. 무려 350년의 역사를 가진 파리 카페의 전설 '프로코프'에 방문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헤밍웨이가 나의 카페라고 선언한 '라 클로즈 리 데 릴라'에 방문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헤밍웨이가 에세이에서 자주 언급한 카페라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카페이자 헤밍웨이의 집필실 역할도 했던 곳이라, 헤밍웨이가 주로 앉았던 테이블에 '헤밍웨이'라고 쓴 동판이 붙어 있다고 하니 꼭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파리를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가보고 싶어질 것 같고, 나처럼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은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질 것 같다. 특히나 뛰어난 퀄리티의 사진들이 아주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다, 인문과 역사적인 배경 지식을 통해 파리 가이드를 해주고 있어 정말 특별한 파리 여행을 경험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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